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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저유소 화재 '진짜 원인' 논쟁...스리랑카인만의 잘못일까
고양저유소 화재 '진짜 원인' 논쟁...스리랑카인만의 잘못일까
  • 이별님 기자
  • 승인 2018.10.1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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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에 국내 거주 중인 스리랑카 노동자가 연루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외국인 혐오' 논쟁이 뜨겁게 불붙었다. 하지만 스리랑카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가하면 안 되고, 사고의 진짜 책임자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경기 고양 저유소에서 큰 화재가 나 수십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일 경기 고양 저유소에서 큰 화재가 나 수십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저유소 휘발유 탱크에서는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다. 화재는 서울 강남구에서도 연기가 보일 만큼 규모가 컸다. 소방당국이 살수차 외에도 헬기까지 동원해 진화작업을 이어나간 결과 불은 화재가 발생한 지 17시간 만에야 겨우 진화됐다.

이번 화재로 40억 원의 어마어마한 피해액이 발생했으나 인명 피해가 없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이번 화재의 원인이 고작 '풍등' 하나라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9일 발표됐다.

경찰에 따르면 CCTV 수사결과 스리랑카 노동자 A(27)씨가 저유소 인근 야산에서 날린 풍등이 저유시설 잔디밭에 추락하면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잔디밭에 일어난 불씨는 저유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 탱크 내부로 옮겨붙었고, 탱크가 폭발하면서 큰 불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원인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자 다수의 매체들은 A씨가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라는 부각했다. 일부 매체는 이를 타이틀 전면에 내걸기도 했다.

"외국인 나가" vs "책임 전가 NO"

지난 9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스리랑카 노동자 A씨의 선처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 9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스리랑카 노동자 A씨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자 온라인상에서는 A씨를 향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 '테러', '난민', '불법 체류자 추방' 등 A씨와 무관한 사안들을 언급하며 외국인 혐오 즉 '제노포비아'를 가했다.

2015년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입국한 A씨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 아니다. 그는 월 300만 원가량 버는 현장직 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A씨가 스리랑카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A씨를 두둔하는 여론도 속속 나오고 있다. 10일 오후 3시께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A씨에 책임을 전가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청원들이 올라 오고 있다. 2,540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한 청원의 청원인은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300원짜리 풍등 하나에 저유소가 폭발했다면, 안전관리 책임자의 과실이 더 큰 것"이라며 "돈 벌고 일하기 위해 들어온 평범한 우리 이웃 노동자들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화재 원인에 대한 책임을 두고 외국인 혐오를 쏟아내는 여론과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서로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진짜 책임자는 누구일까

지난 9일 경찰은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 원인을 풍등이라고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9일 경찰은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 원인을 풍등이라고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이 '외국인 혐오' 논쟁으로 빗겨나가면서 안전관리에 대한 '진짜 책임자'는 가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고양 저유소를 관할하는 대한송유관공사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이번 화재를 야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이 공개한 사고 당일 CCTV에 따르면 대한송유관공사 측은 풍등이 탱크 주변 잔디를 태우는 18분 동안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사고 당일에 당직 근무자가 4명이나 있었지만, 주변 CCTV 모니터링만 담당하는 직원은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화재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탱크 주변에 연기를 감지하는 장치가 없었다는 점과 불이 잘 붙는 잔디가 탱크 주위에 있었다는 점 등도 문제였다.

이에 대한송유관공사 측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어 향후 외부인사를 포함한 안전기구를 만들어 최고 수준의 안전설비 능력을 갖추겠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고양 저유소 화재 사고의 책임자를 가리는 부분에서 '외국인 혐오' 논쟁까지 벌어지는 상황. 난항이 예상되지만, 사건의 진짜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한편 검찰은 10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불구속 상태에서 A씨를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대한송유관공사의 과실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사건 수사팀을 확대했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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