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간첩 혐의로 사형을 당한 故 이수근 씨가 49년 만에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뉴스포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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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사형 선고를 당한 이씨에게 원심을 깨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위조여권을 만들어 출국한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1967년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자 김일성 주석 수행 기자로 판문점을 취재하다가 유엔군 차량에 올라타 남한으로 귀순했다. 귀순한 지 2년 후인 1969년 1월 이씨는 위조여권을 이용해 홍콩으로 출국한 뒤 캄보디아로 가려던 중 기내에서 체포됐다.

당시 이씨는 위장 귀순해 북한의 군사적 목적을 위해 기밀을 수집한 뒤 한국을 탈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같은 해 5월 간첩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선고를 받은 지 두 달 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재판부는 "이씨는 연행된 이후 40여 일간 불법 구금 상태로 있었다"며 "이때 각종 고문과 폭행 등으로 허위 자백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령을 받기 위해 한국을 탈출했다기보단, 이씨의 진술 대로 위장 간첩으로 몰아붙이니 중립국인 캄보디아로 가서 저술 활동을 하려 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위장 간첩으로 낙인찍혀 생명을 박탈당했다"며 "권위주의 시대에 국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이씨와 유족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할 때"라고 밝혔다.

한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7년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가 이씨가 해외로 탈출하자 위장 간첩으로 조작했다며 재심을 권고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9월 이씨의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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