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스킨푸드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시작된 로드숍 위기론이 화장품 업계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2000년대 저가 화장품 트렌드에 상승에 붐을 일으켰던 1세대 로드숍들은 2018년 현재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며 침체기에 빠져있다.

이 중 ‘자연주의 컨셉’을 내세우며 ‘미샤’, ‘이니스프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네이처리퍼블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015년 네이처리퍼블릭의 수장이었던 정운호 전 대표의 오너리스크로 브랜드 이미지에 생채기가 난 상황에서 사드 보복 이후 계속되는 경영난, 변화되는 영업환경에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2016년부터 매출 하락세…영업이익은 올해 흑자 전환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의 매출은 2015년 2847억 원에서 2016년 2618억 원으로 역성장했으며 지난해에는 222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6년부터 고꾸라져 96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16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줄여가고 있다. 올해 매장 축소 등 경영 내실화에 방점을 둔 결과 상반기 영업이익 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지난 2009년에 설립된 네이처리퍼블릭은 2015년까지 꾸준한 매출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정운호 전 대표의 원정도박과 법조 비리 사건 등 오너리스크로 인해 매출은 급감했고 직원들이 줄줄이 퇴사하는 악재를 겪었다. 오너리스크가 발생한 시기는 네이처리퍼블릭이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상장을 추진하려던 시기와 맞물려 더욱 타격이 컸다.

각종 악재가 겹쳤던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016년 아모레퍼시픽과 토니모리 출신의 호종환 대표를 영입하며 반등을 꾀했다는 평가다. 내실을 다지는 경영전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점포 수 감소로 매출 규모는 줄어들고 있고 소비자들이 기억할 만한 ‘히트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사 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원 브랜드 숍’에 대한 소비자들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고, H&B 스토어의 성장으로 신규 저가 브랜드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어 로드숍 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비 트렌드에 맞춰 업계의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비효율 매장 정리 등을 통한 ‘경영 내실화’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기초 제품 외에 색조 제품을 강화해 히트 제품 육성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온라인 전용 상품을 출시하거나 소비자 반응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공식 출시 전 사전 예약을 진행하는 등 매출 증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사업의 경우 신규 시장인 인도네시아와 중동, 유럽 등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다변화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오너리스크’ 정운호 전 대표 사실상 경영 중?

‘오너리스크’ 극복도 해묵은 숙제다. 검찰이 정 전 대표의 도박사건을 봐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를 복격화하며 그간의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 전 대표가 구속수감 된 상태에서 가족들을 통해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공시한 올해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정 전 대표는 현재 대표직을 내려놓은 상태지만 지분 75.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네이처리퍼블릭 계열사 세계프라임개발에스케이월드·쿠지코스메틱·네이처리퍼블릭 등 5곳의 임원도 겸직 중이다. 정 전 대표의 배우자인 정숙진 씨는 현재 네이처리퍼블릭 이사회 이장직과 세계프라임개발과 에프에스비앤피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 전 대표가 여전히 최대주주인데다 배우자인 정숙진씨가 경영에 관여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형식적으로만 물러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정 전 대표가 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대부분의 계열사는 현재 법인 청산 절차를 밟고 있거나 휴면법인이다”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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