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시공을 맡은 SK건설은 최근 제기된 과도한 설계변경 주장에 기본설계 도면을 공개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무너진 보조댐 D댐의 시공높이는 라오스댐 사업에 참여한 회사별로 주장이 제각각이어서 ‘설계대로’ 시공이 됐는지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앞서 본지는 단독기사를 통해 서부발전이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의 오차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SK건설 측은 “기본설계는 초기 스케치로, 실제 시공 과정에서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SK건설과 서부발전 측 이야기를 종합하면, 댐의 설계를 변경하는 일은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설계변경도 있었다. 다만 댐의 높이나 마루길이 등 저수량에 영향을 미치는 ‘베이직 디자인’에는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여기에서 큰 의문점이 남는다. 서부발전의 주장대로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의 오차가 크지 않다면, SK건설은 기본설계와 실제 댐의 높이가 다르지 않다고 밝히면 될 일이다. 그러나 SK건설은 ‘기밀사항’을 이유로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에서 댐 높이 차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서부발전 측 역시 기본설계 도면 공개에 대해서는 라오스댐 시행사인 PNPC와 합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D댐의 높이’가 제각각인 점도 의문이다. 라오스댐 시행사인 PNPC는 SK건설과 서부발전, 태국 전력회사 ‘타이 라차부리’, 라오스 국영 ‘LHSE’의 합작회사다. 그런데 시공사인 SK건설은 D댐 높이를 17.1m로, 운영을 맡은 서부발전은 16.5m로, 감리를 맡은 타이 라차부리는 16m로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두로는 다들 숫자를 이야기하면서 댐 높이를 말해주지만 모두 말이 다르다. SK건설은 17.1m를, 타이 라차부리는 지난 7월 공식 보도자료에서 16m를 말하고 있다. 모두 서류로는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부발전은 17일 본지와 통화에서 D댐의 실제 시공높이를 16.5m라고 했다.

결국 라오스댐 설계변경 의혹은 기본설계를 맡은 프랑스 엔지니어링사의 기본설계 도면과 최종 설계도면이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에 따라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라오스댐의 실시설계를 맡았던 A엔지니어링사는 지난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설계도면이 완전 비밀은 아닐 것이다. 도면을 보면 알 텐데, 현재 라오스 정부에서 주도해서 공식 조사단을 꾸렸으니 모든 자료가 거기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또다른 쟁점, 감리자 확인서

설계변경 의혹의 또다른 쟁점은 ‘감리자 확인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SK건설 말대로 기본설계가 무조건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 실제시공 설계가 변경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문가는 “(보조댐) 높이 자체를 낮춘 건 말이 안 된다. 당연히 안전율을 주고 최대치로 설계하는데, (댐이) 그것을 못 버티면 그것이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실시설계 변동은 있을수 있지만 변경된 설계에 ‘안전성’이 검증됐는지는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A엔지니어링 관계자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SK건설에 설계변경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렇게나 설계를 바꿀 수 없다. 감리를 맡은 외국업체의 감리자 검토서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감리자 검토 외에도 사업의 대주주단이 승인된 기술자를 불러다 변경된 설계를 승인하는 과정을 여러 단계 거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A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기본설계는 실시설계 과정에서 변경이 많을 수 있다”면서 “의원실 자료를 봤다. 설계 과정에서 1차, 2차 등 수많은 변경사항이 나오는데, 해당 자료에 나오는 보조댐 설계가 변경사항 중 어떤 것인지 몰라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SK건설 측은 ‘설계변경을 승인한 감리자 검토서가 있느냐’는 질문에 “설계변경은 감리단의 엄격한 관리 하에 이뤄진다. 또 PNPC 발주처의 모든 승인 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당연히 감리확인서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감리자 확인서 공개는 ‘기밀’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