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공원 정원, 핑크뮬리 밟는 관광객 '눈살'
곳곳에 쓰러진 억새풀...'인생샷' 때문?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가을을 맞아 분홍빛 핑크뮬리 정원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핑크뮬리를 밟고 들어가는 행위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17일 2018 서울억새축제에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7일 2018 서울억새축제에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했다. (사진=이별님 기자)

볏과에 속하는 분홍억새. 일명 '핑크뮬리'는 가을이 되면 분홍빛 이삭이 피어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는 가을철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아름다운 분홍빛 핑크뮬리 정원을 조성했다.

그간 핑크뮬리 정원은 부산과 경기 양주·제주 등 서울 외 지역에서만 볼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서울에서도 파스텔 색조의 분홍 정원을 볼 수 있게 됐다. 서울시가 마포구 하늘공원과 서초구 잠원 한강공원 등지에도 핑크뮬리 정원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도 핑크뮬리 정원을 볼 수 있다는 소식에 수많은 시민은 한강공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관광객이 증가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핑크뮬리를 밟고 들어간 것이다.

실제로 핑크뮬리 정원 훼손 문제는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각종 매체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조성된 핑크뮬리 공원은 개장 사흘 만에 관람객에 의해 훼손됐다.

지난 17일 서울억새축제 핑크뮬리 정원 군락 일부가 훼손된 모습.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7일 서울억새축제 핑크뮬리 정원 군락 일부가 훼손된 모습. (사진=이별님 기자)

국내에서는 울산대공원의 핑크뮬리 정원이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때문에 울산대공원 측은 핑크뮬리 군락 일부가 훼손된 자리에 '낮은 시민의식이 남긴 흔적 부끄럽지 않나요'라는 경고성 팻말을 놓기도 했다.

한강공원에 조성된 핑크뮬리 정원 역시 이 문제에 자유롭지 못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이른바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핑크뮬리 정원 안으로 들어가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17일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핑크뮬리 정원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2018 서울억새축제'가 열린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을 방문했다.

"핑크뮬리가 아파요 들어가지 마세요"

지난 17일 서울억새축제 핑크뮬리 정원에서 발견된 경고 문구.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7일 서울억새축제 핑크뮬리 정원에서 발견된 경고 문구.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열린 '2018 서울억새축제'에는 핑크뮬리만큼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특히 17일은 평일인 수요일이었음에도 축제가 끝나기 하루 전인 만큼 핑크뮬리를 보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관광객들 다수는 가족 또는 연인 등 지인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이들은 핑크큘리 정원의 풍경을 감상하며 산책을 하거나 정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정원 곳곳에 임의로 설치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길게 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관광객들은 포토존이나 정원 옆 샛길이 아닌 곳에서 기념사진 촬영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정원 내부로 들어가 핑크뮬리를 밟기도 했다.

일부 관광객들이 밟은 핑크뮬리는 그대로 쓰러졌다. 핑크뮬리가 쓰러져있는 자리에는 또 다른 관광객들이 와서 사진을 찍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서 정원에는 공원 측이 마련한 포토존 이외에도 관광객들 스스로 만든 포토존(?)들이 생겨났다.

'핑크뮬리가 아파요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팻말과 밧줄 울타리가 둥그렇게 설치된 정원 후방 공간은 상대적으로 훼손이 덜했다. 하지만 핑크뮬리 정원을 들어가는 입구 쪽은 후방 공간 만큼 보존되지 못했다.

지난 17일 서울억새축제 핑크뮬리 정원에서 군락 일부가 훼손됐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17일 서울억새축제 핑크뮬리 정원에서 군락 일부가 훼손됐다. (사진=이별님 기자)

입구 주변에서는 쓰러진 핑크뮬리 이삭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성인 여성 허리까지 와야 하는 핑크뮬리 이삭들이 군데군데 푹 꺼져 있었다. 핑크뮬리가 아프니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훼손된 핑크뮬리를 본 관광객들은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억새축제를 다녀온 A(26)씨는 "정원 내부로 들어가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며 "핑크뮬리 자체는 보기 좋고 예뻤지만, 군데군데 밟힌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축제를 기획한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측도 아쉬움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업소 관계자는 "기념촬영을 하려는 시민들을 위해 핑크뮬리 정원 곳곳에 포토존을 운영했다"면서도 "정원 내부에 (일부 시민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재를 강화했으면 좋았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핑크뮬리는 한번 밟히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업소 측은 핑크뮬리 정원을 내년에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덧붙였다. 관계자는 "억새축제가 매년 열릴 때마다 억새 외에도 해바라기 등 가을꽃들을 심었는데, 올해는 핑크뮬리를 처음 선보였다"며 "핑크뮬리가 여러해살이 풀인 만큼 월동을 잘 견뎌낸다면 내년에도 만날 수 있다. 다만 월동을 견딘다는 보장이 없어 확답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서울억새축제는 일주일간 수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하지만 정원 훼손 등 일부 아쉬운 점이 남았다. 더 많은 시민에게 핑크뮬리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의 성숙한 시민의식뿐만 아니라 서울시 등 축제 주최 측의 대책 강구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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