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명소로 유명한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
하늘계단까지 조명없는 산 길목, 한 시간 넘는 시간 위험에 방치
‘왜 불 안켜냐’ 항의에도 “서울시에 문의하라”

[뉴스포스트=안신혜 기자] 가을 억새꽃과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서울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을 찾고 있지만, 서울시가 해가 지고 난 뒤 하산하는 길목의 전깃불을 모두 꺼놓아 시민들이 위험한 상황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전쟁통을 방불케하는 산길을 인원 통제하는 담당자 없이 한 시간 가량 걸어 내려와야 했다.

본지 취재 결과 축제를 위해 산길에 설치된 청사초롱이 꺼져 있는 이유는 지난 18일 축제 기간이 끝난 이후 청사초롱의 전기를 모두 차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12일~18일 진행된 ‘서울억새축제 2018’가 끝난 이후 청사초롱의 조명을 모두 철수한 상태다. 축제 기간은 끝났지만 주말을 포함해 늦가을 억새꽃과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하늘공원을 찾고 있는 만큼 안전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을 내려가기 위해 몰린 인파들. 밝은 렌즈를 이용해 현장을 촬영했다. (사진=안신혜 기자)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을 내려가기 위해 몰린 인파. 밝은 렌즈를 이용해 현장을 촬영했다. (사진=안신혜 기자)

지난 20일 저녁 6시 해가 지고 난 뒤 어두워진 하늘공원에는 공원 아래로 내려가는 ‘하늘계단’으로 향하는 길목으로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하늘공원의 또 다른 명소인 하늘계단은 억새밭 입구에 있는 안내소부터 있는 산길을 지나야 진입할 수 있다.

현재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기 때문에 하늘계단은 일방통행으로 통제되고 있다. 내려가는 길로만 사용되고 있어 시민들은 해가 지고 난 이후 공원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계단쪽으로 몰렸다.

하지만 밤길을 밝혀야 하는 청사초롱에는 불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앞 사람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이 늘어졌다. 길목 왼쪽에는 산 아래로 떨어지는 낭떠러지가 있어 어두운 길목에 시민들이 모여있을 때는 더욱 위험한 상황이다. 인원을 통제하는 담당자는 보이지 않아 시민들은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늘계단에 도착하는지 조차 알지 못한 채 걷는 상황이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좁은 길목에는 왔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가려는 시민들과 계단으로 향하는 시민들로 더 북적였다. 

곳곳에는 ‘피난 길 같다’, ‘피난 가는 길이 이렇게 위험할 것 같다’, ‘이 길로 가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내년에 절대 안오겠다'는 실소 섞인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스마트폰 불빛과 가끔씩 보이는 울타리 불빛에 의존해 길을 걸어야만 했다. 실로 ‘전쟁통’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었다.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을 내려가기 위해 몰린 인파들. 육안으로 보이는 현장과 비슷한 사진. (사진=안신혜 기자)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을 내려가기 위해 몰린 인파. 육안으로 보이는 현장과 비슷한 사진. (사진=안신혜 기자)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을 내려가기 위해 몰린 인파들. 한 시간 가량 걸어 계단 입구에 도착하자 보이는 가로등. 나무 난간이 전부인 계단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을 내려가기 위해 몰린 인파. 한 시간 가량 걸어 계단 입구에 도착하자 보이는 가로등이 보였다. 나무 난간이 전부인 계단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있다. (사진=안신혜 기자)

오후 6시 철수한 일근 근무자들, 안내소와 계단 아래 놓인 안전 '사각지대'

취재 결과 계단 아래에 있던 현장 관계자 역시 시민들에게 상황을 전해들었지만, 축제 이후 청사초롱의 전기가 차단돼 있어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자에 따르면 청사초롱 조명은 축제가 끝난 직후 철수됐다. 담당자는 당일 시민들의 항의에 청사초롱의 조명을 켜려고 했지만 켤 수 없었다. 기자가 5~10분 남짓 방문한 안내소에서도 ‘넘어진 사람이 있다’며 두 무리의 시민들이 방문했다.

하늘계단은 10분에 700명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 이 날 많은 시민들이 모이자 한계인원이 계속 누적됐고, 시민들이 밀리는 일이 발생했다. 한계 이상으로 몰린 인원을 통제해야 하는 담당자들은 일근 근무자로, 이들은 오후 6시에 모두 철수한 상태였다. 문제가 된 장소에 담당자가 있거나 청사초롱의 조명만 켜져 있어도 위험상황은 줄어들고 시민들의 하산 시간이 단축될 수 있었다.  

그 시각 하늘공원 담당자는 3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녹지사업 소속의 24시간 근무담당 관계자 1명은 계단 아래 안내소에서, 질서 담당 근무자 2명은 공원 위 입구 하늘공원 안내소에 있었다. 위를 통제하고 있는 2명의 담당자는 시민들이 8시 30분까지 모두 하산하도록 통제하고 있는 일을 맡고 있다.

그러나 담당자가 있는 안내소부터 계단입구까지 이어지는 길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 안전 사각지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혼잡하니 계단을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당직실의 안내 방송은 시민들이 불만이 접수된 오후 6시 50분 이후에야 방송됐다.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에 설치된 청사초롱이 꺼져있다. 서울시는 축제가 끝난 직후 청사초롱의 조명을 모두 철수했다. (사진=안신혜 기자)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에 설치된 청사초롱이 꺼져있다. 서울시는 축제가 끝난 직후 청사초롱의 조명을 모두 철수했다. (사진=안신혜 기자)

관계자는 “일근 근무자들이 철수하면서 사람들이 몰리자 업체 직원들이 계단 쪽으로 안내를 해 이렇게 밀린 것 같다. 전기차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담당직원이 아닌 업체 사람들이기 떄문에 제대로 된 안내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들의 항의를 들은 이후에도 아래에서 당장 올라갈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억새축제 공식홈페이지에는 여전히 밝게 빛나는 청사초롱 사진이 게시돼 있다. 서울시는 ‘억새밭과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며 억새축제를 홍보하며 야간 시간 시민들의 방문을 유도해왔다. 그러나 축제가 끝난 직후 청사초롱의 전기를 차단해 축제 이후 주말을 이용해 하늘공원을 찾은 많은 시민들은 어두운 밤길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서울억새축제 2018'을 홍보하고 있는 홈페이지 사진. 홍보 사진에는 청사초롱의 조명이 켜져 있다. 축제가 끝난 뒤 청사초롱의 조명은 모두 철수됐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서울억새축제2018' 홍보 홈페이지 일부 캡쳐)
'서울억새축제 2018'을 홍보하고 있는 홈페이지 사진. 홍보 사진에는 청사초롱의 조명이 켜져 있다. 축제가 끝난 뒤 청사초롱의 조명은 모두 철수됐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서울억새축제2018' 홍보 홈페이지 일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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