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북미회담 일정은 이미 ‘미 중간선거 이후’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못박은데다 북미간 실무협상도 늘어지고 있는 상황. 이에 미국은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하는 정상간 회담 개최는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네바다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관련 유세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서두르지 말라(Take your time)”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북미정상회담 시기를 “중간선거 이후”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북미회담 시기를 내년 초로 전망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20일 미 행정부 고위관리를 인용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에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전날 미 행정부 고위관리가 “회담은 내년 1월 1일 이후에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북미정상회담이 당초 예상됐던 ‘중간선거 직후 11월 중순’보다 더 늦어진 ‘내년 초’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정리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연내 종전선언’ 시간표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12월 서울 방문’ 역시 북미회담 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 돌다리를 두드리는 것은 현재 북미간 실무협상이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4차 방북 당시 북미간 실무협상단을 구성, 비핵화 방법을 구체화하고 북미정상회담을 빠른 시일 내 개최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실무협상단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북미 실무협상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새로 임명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서로의 ‘카운터 파트’다. 하지만 최 부상과 비건 대표는 아직 첫 만남조차 갖지 못했다. 최근 북측이 제재완화를 요구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고, 미국 역시 ‘선 비핵화 후 제재해제’ 입장을 유지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폼페이오 장관이 꺼내든 것은 ‘북미 고위급회담’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9일 멕시코 방문 중에 약 열흘 내에 자신과 북한측 카운터파트의 고위급 회담들(senior leader meetings)이 여기에서 열리기를 매우 기대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측 카운터파트’와 고위급회담 장소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친동생이자 사실상 비서실장 격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나서지 않을까 주목한다. 고위급회담 장소도 미국의 워싱턴을 거론한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고위급회담 개최 카드를 꺼내는 것은 지지부진한 실무회담을 생략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고위급 인물이 직접 비핵화 협상에 나서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고위급회담을 통해 실무회담의 ‘방향’을 잡아놓고 다시 실무회담 일정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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