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남북이 연내 10개 양묘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내년 3월까지 소나무재선충 공동방제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산림협력에 착수한다. 과거 ‘민둥산의 기적’을 일으켰던 우리나라의 양묘기술이 북한에 전수돼 같은 기적을 일으킬지 기대가 모아진다.

박종호 산림청 차장(오른쪽)과 김성준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 (사진=뉴시스)
박종호 산림청 차장(오른쪽)과 김성준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 (사진=뉴시스)

22일 남북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만나 제2차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남측 대표로는 박종호 산림청 차장(오른쪽)이, 북측 대표는 김성준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총국 부총국장이 나섰다.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남북은 소나무 재선충병을 비롯한 산림병해충 방제사업을 매년 병해충발생 시기별로 진행하고 병해충 발생 상호 통보, 표본 교환 및 진단을 포함한 산림병해충 예방대책 등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당장 다음달부터 남측은 소나무재선충 방제에 필요한 약제를 제공하고, 남북이 내년 3월까지 공동방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북측의 양묘장 현대화 사업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우선 연내 10개의 양묘장을 현대화하고 양묘장 온실 투명패널, 양묘용기 등 산림기자재 생산 협력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구체적인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시기에 북측 양묘장과 산림기자재 공장 현장방문도 진행한다.

이 밖에 남북은 산불방지 공동대응, 사방사업 등 자연생태계 보호 및 복원을 위한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산림과학기술 공동토론회 개최를 비롯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이번 합의로 북한의 심각한 산림 황폐화 문제 해결에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북한의 산림현황은 발표하는 기간마다 상이해 정확한 황폐화 규모조차 파악된 바 없다. 통일부가 10년 단위로 분석하는 북한 산림현황은 지난 2008년 통계가 마지막이다. 당시 통계에 는 북한 내 산림 총면적 899만㏊의 32%에 달하는 284만㏊가 황폐화됐다고 분석했다.

2015년 남북한의 숲 위성자료. (사진=한국임업진흥원 제공)
2015년 남북한의 숲 위성자료. (사진=한국임업진흥원 제공)

가장 최근 자료는 산림청 산하 한국임업진흥원에서 지난 2015년 발표한 ‘남북한의 숲’ 위성자료다. 진흥원은 지난 2014년 가을 국내위성 천리안으로 북한의 산림 현황을 찍어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위성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남한 영토 대부분이 울창한 산림을 이루고 있지만, 북한의 산림은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산림을 찾기 힘들 정도로 황폐화 돼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완전히 황폐화됐던 우리나라의 산림도 ‘민둥산의 기적’을 일으킨 바 있다. 우리나라의 산림녹화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단기간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과거 남한의 산림은 민둥산이 50%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에 조금만 비가 오지 않아도 하천과 계곡이 마르고, 적은 비에도 산사태와 홍수가 일어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됐다. 유엔도 196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산림 황폐화는 고질적이라서 치유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였다.

이에 정부는 1960년대부터 산림법을 제정하는 등 본격적으로 산림녹화사업에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성과가 미미했지만, 1970년대 들어 새마을운동과 함께 온 국민이 녹화사업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발맞춰 산림 보호 기술과 관리방법 등도 체계가 갖춰지자 남한은 약 30여년 만에 국토의 65% 이상이 산림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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