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45차 국무회의에서 지난 9월 평양방문 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평양공동선언문’을 심의·의결하고 비준 절차를 가졌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도 함께다. 평양선언과 군사분야합의서는 국회의 동의절차가 필요 없다는 법제처의 판단에 따라 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곧 공포된다.

(사진=청와대 제공)
(사진=청와대 제공)

이날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발효시키기 위한 비준안을 처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 비준 심의가 “남북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또한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길일뿐만 아니라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그동안 불이익을 받아왔던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길”이라면서 “심의 비준되는 합의서들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각 부처가 힘을 모아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비준’은 국가간 조약을 국가 원수(한국은 대통령)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행위를 뜻한다. 해당 조약을 국가와 국민이 최종적으로 동의한다는 것인데, 만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줄 때’는 국회가 비준동의권을 갖는다. 즉, 판문점선언 등 재정적 부담이 생길 수 있는 조약은 국회가 해당 조약을 비준해달라고 대통령에 요청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은 여야간 대치로 국회 문턱에 걸려있는 상황. 이에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법이 허용하는 내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제처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평양선언은 판문점선언의 이행의 성격이 강하고 판문점선언이 이미 국회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로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다. 군사합의서도 재정 소요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역시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 없다고 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평양선언을 비준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은 일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거세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알맹이에 해당하는 평양선언과 군사분야 합의에 대해서는 비준이 필요없다고 하는 인식 자체가 대통령이 독단과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반발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가 안위에 중차대한 안보적 사안에 대해 법제처가 자의적인 유권 해석을 남발해도 되는 것이냐”며 “말로는 협치를 외치면서 국민을 속이고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아전인수격 법 해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부속합의서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논의가 마무리된 후 국회의 비준절차를 밟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와의 협치마저 포기하고 불통과 독선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을 개탄하며 향후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현 정부가 져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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