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 두 차례 증인으로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 다행히도 세 번째 증인 출석은 면했다. 황 회장에 대한 잇따른 출석 요구를 두고 불거진 국회의 ‘과잉 군기잡기’, ‘무리수 출석 요구’ 논란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황창규 KT 회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황창규 KT 회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김종훈 의원(민중당)은 황창규 KT 회장이 국감에서 위증을 했다며, 오는 29일 예정된 과방위 종합감사 재출석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위원회의 결정으로 이어지면 황 회장은 올해 국감에서만 무려 세 번째 증인 출석을 하는 것이다. 황 회장은 앞서 지난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와 18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감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황 회장에 대한 재출석 요구가 나오게 된 이유는 그가 국감에서 했던 발언 때문이다.

황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 선임과 관련해 사전모의가 있었다는 질의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이사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이사회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앤서치마케팅을 인수한 것에 대해서는 “취임 전이라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에 김종훈 의원은 “확인 결과 KT는 CEO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주총에서 승인하도록 돼있다”고 지적하며, “앤서치마케팅 인수의혹에 대해서도 ‘본인 취임 전이라 모른다’고 증언했지만 실제 인수는 황 회장이 취임한 이후인 2016년 9월이었다. 경영자가 600억원대에 이르는 회사 인수를 몰랐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며 과방위 종합감사에 황 회장의 재출석을 요구했다.

황 회장은 이를 해명하는 내용이 담긴 본인 명의의 확인서를 국회 과방위에 제출했다. 황 회장은 확인서에서 “증언 당시 긴장한 상태였다”며 “대표이사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이사회에서 예행연습이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일부 오해를 살 수 있는 취지로 증언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앤서치마케팅 인수와 관련해서는 “직전 질의에서 언급된 2013년과 해당 질문을 잘못 연계지어 대답했다”며 “엔서치마케팅을 나스미디어로 착각해서 사실과 다르게 증언했다”고 말했다.

과방위는 김종훈 의원의 양해와 간사협의를 거쳐, 이전 과방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답변을 재출석 없이 황 회장의 확인서를 바탕으로 내용을 수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황창규 회장은 세 번째 증인 출석은 면하게 됐다.

이와 관련 김종훈 의원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황창규 회장의 해명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재출석 요구에 대해서는 위원회 차원에서 서면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과잉 군기잡기’ 논란에 대해서는 “국정감사에서는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황 회장의 답변 과정에서 의문이 있어 재출석을 요구했던 부분”이라며 “서면으로 처리하기로 한 만큼 과도한 처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KT새노조는 지난 21일 황창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KT새노조는 “제작년부터 황창규 회장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가 밝혀지면서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며 “올해는 이른바 ‘상품권 깡’ 불법정치자금 사건까지 터져 나와 3년 째 CEO 리스크로 인한 경영 불투명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황 회장은 여전히 자리보전만을 추진할 뿐, 회사의 기업이미지 실추에 대한 그 어떤 책임 있는 해명도 대책도 내놓고 있지 못하다”며 “반드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정치권 비리 관련자는 물론 KT내부 관련자를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 회장 스스로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고 황 회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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