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라오스 정부 조사단 결과를 봐야죠”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SK건설의 라오스댐 설계변경 의혹이 제기됐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K 내부회의 문건을 입수했는데, 당초 기본설계보다 실시설계에서 보조댐 높이가 6.5m 낮아졌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무너진 보조댐 ‘새틀(Saddld) D’가 얼마나 낮아졌는지, 실제로 댐 디자인이 변경된 것인지는 해당 문건에 나와 있지 않는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그래서 궁금했다. SK건설이 건설을 맡은 라오스댐 사업은 투자금 10억 달러(약 1조1150억원), 공사대금은 7800억원인 초대형 사업이었다. 명색이 대기업에 국민 세금이 함께 들어간 사업이니만큼 설계와 시공, 운영에 관한 사항이 정연하게 정리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취재에 들어갔다.

하지만 SK건설 관계자와 실시설계 하청업체, 댐 운영사인 서부발전은 모두 문제의 댐 설계서가 ‘합작회사’의 복잡한 소유관계로 공개가 어렵다고 했다. 라오스댐 사업은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 타이 라차부리 전력, 라오스 국영 LHSE가 합작해 만든 ‘PNPC’가 수주를 맡았으니 그 쪽에 문의하라는 식이었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마무리도 비슷했다. ‘라오스 정부 조사단의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설계도면이 완전 비밀은 아닐 것이다. 도면을 보면 알 텐데, 현재 라오스 정부에서 주도해서 공식 조사단을 꾸렸으니 모든 자료가 거기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라오스댐 사고 조사단은 라오스 ‘에너지광산부’가 주무 부처로 맡고 있다. 분통 칫마니 부총리 겸 감사위원장을 조사위원장으로 총 14명의 관계부처 국장 및 차관급 위원이 조사단에 편성됐다.

하지만 정작 에너지광산부는 댐 관련 이야기를 극도로 꺼리는 모습이었다. 라오스 정부 관계자는 기자가 “세남노이 댐을 취재하고 싶다”고 요청하자 조사단 관계자의 번호를 가르쳐주며 “여기에 문의하라”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로 에너지광산부와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댐사고 조사단 관계자와의 연결도 쉽지 않았다. 수차례 시도 끝에 관계자와 겨우 통화했지만, 이 관계자는 자신은 비서라며 또다른 연락처를 알려줬다. 이후 자신을 ‘조사단 비서’라고 밝힌 이는 전화번호를 없애버렸다. 남은 것은 출처불명의 야후 이메일. 역시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이미 현지에서는 라오스 정부의 조사가 투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라오스 정부는 수력발전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다목적댐을 대거로 운영해 ‘동남아시아 배터리’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꿈을 꾸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댐 붕괴사고는 라오스 정부의 경제성장 정책 기조에 발목을 잡는 사건일 것이다. 라오스에 거주하고 있는 한 한인은 “라오스 정부는 경제성장을 해야 하니 우리나라 70년대 개발독재처럼 그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듯하다”고 말했다.

라오스 정부의 댐사고 조사결과는 빠르면 올해 12월, 늦어도 1월 나올 예정이다. 만약 SK건설의 초기 주장대로 댐 붕괴원인이 ‘자연재해’로 나올 경우, SK건설과 라오스 정부 모두 ‘해피엔딩’이 되는 셈이다. 자신의 터전과 가족을 잃은 댐 아래 마을사람들에게는 ‘언 해피’한 일이 될지라도.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