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오비맥주 매각설이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이에 오비맥주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점점 구체화 되지만 정작 실체가 없는 루머에 오비맥주 측은 결국 ‘법적대응’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비맥주를 흔들고 있는 ‘매각설’이 사측의 입장처럼 ‘사실무근’이 될 수 있을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났나?

오비맥주의 매각설은 지난 9월 갑작스럽게 시작됐다. 신세계그룹이 오비맥주의 대표 제품 ‘카스’를 5조원 규모 가격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즉각 오비맥주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신세계 측에 요구했고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비맥주의 모회사 AB인베브도 진화에 나섰다. 당시 고동우 오비맥주 사장은 직원들에게 “매각설은 사실 무근이며 매각과 관련된 어떠한 일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후 매각설은 업계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지난 달 한 번 더 불거졌다. 이번 노사 임단협 과정에서 회사 측이 매각에 대해 애매한 입장 표명을 했다는 노조 측 주장이 알려진 것. 이에 회사 측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바가 없다”며 다시 한번 입장을 고수했다.

11월이 들어서며 매각설은 한층 더 구체적인 정보가 덧붙여졌다. 한 언론은 신세계그룹이 오비맥주 인수 작업을 위한 TF팀을 꾸리고 인재 영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최근에는 직원 처우 관련한 구체적인 매각 관련 내용이 포함돼 퍼지고 있다.

매각설 계속 되는 이유

현재 오비맥주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카스’를 비롯해 수입맥주 ‘호가든’,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아’ 등을 판매하고 있다. 맥주시장의 60%를 오비맥주가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설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비맥주의 모회사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다. IMF였던 1998년 두산그룹은 오비맥주를 AB인베브에 매각했다. 이후 AB인베브는 2009년 사모펀드에 18억달러를 받고 매각했으며 2014년에 58억달러로 재인수했다.

이후 인베브는 오비맥주 인수 다음해에 SAB밀러를 1060달러에 사들였는데 이 과정에서 인수대금 상환에 부담을 느껴 오비맥주를 팔려고 한다는 것이 ‘매각설’의 시작이었다.

이는 지난 2008년 AB인베브가 버드와이저 모회사인 앤호이저부시를 인수하며 생긴 부채를 갚기 위해 다음해인 2009년 오비맥주를 매각한 사례가 있어 신빙성을 더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매각설이 나오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AB인베브가 인수한 사브밀러의 인수대금 상환일이 도래하는 등 여러 가지 정황들이 2009년 오비맥주를 매각할 당시와 유사해서 그런 소문이 도는 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국내 맥주 시장의 변화를 그 배경으로 꼽고 있다. 재인수 당시 국내 맥주시장은 ‘카스’와 ‘하이트’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산맥주보다 저렴한 수입맥주가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판세는 변화됐다. 4캔에 만원에 판매되는 수입맥주는 저렴하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탓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한다. 현재 수입맥주는 가정용 맥주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AB인베브가 성장세가 둔화된 국내 맥주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며 “그만큼 국내 맥주 시장이 어렵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뉴스포스트DB)
(사진=뉴스포스트DB)

오비맥주 “수사의뢰 할 것”

현재 오비맥주 직원들은 계속되는 매각설로 인해 뒤숭숭한 분위기다.

오비맥주 노조 관계자는 “기사로 접하게 되는 매각 관련 소식에 직원들의 문의가 많은 상황”이라며 “그럴때마다 사측에 물어보지만 ‘사실이 아니다’, ‘알 수 없다’ 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사실무근이라며 법적대응을 발표했지만 향후 매각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향후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비맥주 측은 수차례 제기된 매각설과 관련해 수사 의뢰 등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매각’이라는 루머를 퍼뜨리는 건 오비맥주 임직원이 아니라 브로커나 업계 관계자 등 외부인으로 추정된다”며 “매각 위로금 금액 및 희망 퇴직 계획 등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고 퍼뜨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수사 의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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