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일명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경찰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를 지목하자 이 지사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거리를 두고 보는 모양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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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각종 사생활 관련 의혹으로 몸살을 앓던 이 지사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지만 올해 국정감사를 지나며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국감’으로 전락한 경기도 국감에서 이 지사를 지원사격하는 한편, 당 내부에서는 “저렇게 시달리면 언제 도정에 몰두하나”는 동정어린 걱정까지 나왔다.

그러나 혜경궁 김씨 사건으로 또다시 입방아에 오른 이 지사에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트위터 아이디 ‘정의를 위하여(@08_hkkim)’가 이재명 지사의 정치적 경쟁상대를 비난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려왔는데, 그 소유주의 정체가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라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지난 주말 경찰이 문제의 아이디 소유주를 김씨로 지목하면서 논란이 다시 가열됐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이 지사를 두고 “이중적 행위를 중단하라”며 즉각 사과하고 경기도지사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거센 비판을 제기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식 논평도 자제하고 사태를 관망하는 중이다.

19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관련 사건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 “기소 내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홍 원내대표는 “우리가 내용을 모르는데 이 지사 말만 들으면 남들 보기에는 ‘해명하라고 불렀냐’ ‘봐주려고 불렀냐’ 할 수 있지 않겠나”면서 “공당으로서 구체적 조치를 취하려면 사태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청와대도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당에서 관련 내용을 판단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관여할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와 직접 관련된 문제라면 통상적인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이 건은 우리가 수사결과를 지켜볼 필요도 없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조처를 하거나 후속 행동을 할 성격이 아니기에 검찰 수사를 지켜보거나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경찰의 수사결론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날 경기도청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 “그 계정 주인은 제 아내가 아니다. 경찰은 제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정말 차고 넘치는데도 유사한 것들 몇 가지를 끌어 모아서 제 아내로 단정했다”며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 지사는 “국가 권력 행사는 공정함이 생명이다. 명백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김영환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대한 경찰이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왜 이리 가혹한지 모르겠다”면서 “때리려면 이재명을 때리시고 침을 뱉어도 이재명한테 뱉으시라. 죄 없는 무고한 제 아내, 가족들 이 싸움에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휴대폰 제출을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현재는 (휴대전화가) 없다”고 답했다. 경찰이 휴대전화 요청을 하지 않았고, 기소의견 송치를 결정한 후 휴대폰 제출 의사를 물었다는 게 이 지사의 주장이다. 그는 “워낙 이상한 전화가 많이 와서 3월3일 휴대정화를 정지시켰고, 약 보름 정도 지나 휴대전화를 새로 만들었다”며 “만약에 그때 요청을 했더라면 저희가 드렸을 텐데 (혜경궁 김씨 사건이) 우리로서는 아무 관계도 없고 저희는 웃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 후 선거에 중고 전화기들을 모아서 선거운동용으로 쓰다가 지금 현재는 그게 없다”고 설명했다.

트위터 본사를 통해 본인의 계정이 아니라는 요청을 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 계정이 아내 것이 아닌데 어떻게 물어보나. 그게 프레임이고 함정”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출당 요청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무고한 사람을 놓고 네가 죄를 지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는 것 자체가 프레임이고 가혹한 정치적 공격”이라며 “가정적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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