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여야가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합의하면서 파행됐던 정기국회가 21일 정상화됐다. 사립유치원법 등 민생법안도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하고 470조 규모의 예산안 심사도 재가동하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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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정기국회 정상화를 위한 6개항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본회의를 불참하면서 멈춰선 국회 시계가 다시 움직이게 됐다. 지난 일주일 간 보수 야당은 여당에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사립유치원 비리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바 있다.

우선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채용비리 의혹은 이번 정기국회 이후 실시하기로 했다. 당초 채용비리 국정조사는 2015년 1월1일 이후로 조사기간을 한정했지만 홍영표 원내대표는 “시기와 대상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또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국정조사 기간을 늘려 2012년~2013년 일어난 강원랜드 채용비리도 포함될 여지를 남겼다.

여야는 국정조사 시기와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해 12월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국정조사 시작은 내년 1월 중순 이후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국민권익위에서 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가 1월 중하순에 나오는데, 그 이후에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보수 야당의 보이콧으로 불발된 각종 민생법안 처리도 합의했다. 음주음전 처벌 강화를 위한 ‘윤창호법’과 사립유치원 비리를 근절하는 법안 등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사립유치원법은 모든 유치원에 에듀파인 등 회계관리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치원 3법’을 특정하지 않아 법안 심사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주도적으로 발의한 유치원 3법은 한국당 소속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다른 의원이 만든 안을 포함해 병합심사를 해야 한다” 강력 반발하고 나서 법안소위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특정 법이 아니라 각 당의 사립유치원 관련 법을 조속히 모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간 대립이 첨예했던 예산조정소위원회 구성은 한국당이 양보했다. 예산조정소위 정수는 총 16명으로 민주당 7인, 한국당 6인, 바른미래당 2인, 비교섭단체 1인으로 구성한 민주당안이 채택됐다.

이 밖에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합의한 법안 처리를 위한 3당 실무협의 재가동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및 모든 위원회 활동 정상화 등도 합의문에 포함됐다. 지난 15일 보수야당의 보이콧으로 무산된 비쟁점법안도 오는 23일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홍영표 원내대표는 “정기국회가 며칠 남지 않았고 특히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감안할 때 국회가 더 파행하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여당이 대폭 양보했다. 국회 정상화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특히 중요한 민생법안 처리에 합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고용세습·채용비리와 사립유치원과 관련한 부정·비리를 이참에 뿌리 뽑아 우리 사회가 보다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이 되도록 노력한다는 데 이번 합의의 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한발씩 더 양보한 결과”라며 “정기국회 내 처리키로 합의한 법안과 관련해 3당 원내대표들은 비상상황실을 차려 매일 법안 논의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야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합의 소식에 “오로지 정파적 이득을 위해 국정조사를 이용했다”고 보수 야당을 강력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여당으로서, 산적해 있는 민생법안, 내년도 예산안을 볼모로 펼친 부당한 정치공세임에도 국회 파행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절박한 민생을 고려한 고심 끝 결론일 것”이라면서도 “국정조사는 감사원의 감사와 권익위의 조사결과를 놓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일이었다. 그러나 강원랜드 권력형 비리에는 눈감으면서, 마치 권력형 비리라도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민생을 인질로 삼은 야당의 정치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진실이 아닌 저 박원순을 겨냥한 정치공세로 일관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감사원 감사를 자청했고, 현재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차원의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에도 적극 협력하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밝힌 바대로, 채용 및 정규직 전환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면 누구보다 먼저 제가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야당은 진실을 밝히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치공세의 소재가 필요했던 것일뿐”이라며 “민생이 절박한 상황에서도 오로지 정파적 이득을 위해 국정조사를 이용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판단해 주실 거라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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