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지난 22일 우여곡절 끝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가 출범했다.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해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가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각종 매체에서는 경사노위가 출범하자마자 친 노조 정책이 범람할 것이라며 야단법석이다. 실제로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 개선 위원회가 발표한 공익 권고안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담고 있어 경영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계 역시 경사노위에 100% 만족하고 있는 입장은 전혀 아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한다며 총파업에 나선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아예 참여하지도 않았다. 경사노위에 참여한 노동계 입장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이들은 권고안이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에 대해 불투명한 입장을 보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노동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반 노동자와 구분되는 노동자로 계약상 개인 사업자 신분이다. 택배 노동자, 학습지 방문교사, 보험설계사 등이 대표적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이들은 신분이 '사장님'이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사업 소득세를 낸다.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4대 보험이나 연차, 휴가 등을 보장받지 못한다. 단결권,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 등 노동 3권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상당수가 사실상 일반 노동자와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사용자의 지시와 감독 아래에서 일한다. 기자가 취재한 특수고용직 노동자 중에는 고급 수제화 브랜드 하청업체 소속 제화공과 우체국 재택집배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사용자 측에 종속돼 일하지만, 계약상 개인 사업자다.

업무는 일반 노동자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없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특수고용직을 두고 '비정규직 중에서도 최악의 비정규직'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특수고용직 문제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미하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명확히 정의하고 있는 법률상 규정은 현재도 없다. 심지어 정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인원에 대한 정확한 숫자 파악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통계청에서는 올해 기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인원 수를 50만, 고용노동부에서는 130만,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30만 명으로 추산했다"고 설명했다. 해마다 특수고용직이 여러 직종으로 확대되다 보니 실태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자가 취재한 특수고용직 노동자 중 한 명은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비정규직 시대가 가고, 특수고용직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부디 불운한 예견이 미래에 맞아떨어지지 않도록 이번에 출범한 경사노위에서 특수고용직 문제에 대한 대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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