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갤러리 전시...금단의 땅 열려
"도심 속 역사배움터"...한미동맹 자료 多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오롯이 담아냈지만, 시민들에게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던 '용산 주한미군 기지'. 금단의 땅인 용산 주한미군 기지가 114년 만에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용산공원 갤러리 정문. (사진=이별님 기자)
용산공원 갤러리 정문.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주한미군과 함께 용산 주한미군 기지(이하 '용산기지') 부속 캠프킴 부지 내 옛 USO(USO·United Service Organization)건물인 주한미군 미국위문협회에 '용산공원 갤러리'를 조성했다. 이번 갤러리에서는 서울역사박물관, 국가기록원, 용산문화원, 개인 등이 소장한 사진과 지도·동영상 등 총 60여 점이 전시됐다.

용산기지 건물을 활용해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산기지는 1904년 일본이 러일 전쟁을 기점으로 용산 일대를 조선주차군사령부의 주둔지로 사용하면서 일반인 출입이 금지돼 왔다. 일제가 패망한 이후에도 미군이 사용 중인 군사시설이란 이유로 국민들이 접근할 수 없었다.

용산공원 갤러리가 조성되는 USO건물은 1910년 경술국치 이전인 1908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일본군 창고 사무소로, 한국전쟁 이후부터 2018년 8월까지 USO로 운영되는 등 해당 건물 역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가운데 있어도 우리 국민은 들어가지 못했던 금단의 땅. 114년 만에 시민들을 맞이한 용산기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본지는 이날 용산공원 갤러리를 방문했다.

(사진=이별님 기자)
(사진=이별님 기자)

한·미 동맹 역사 한 눈에

갤러리로 가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높은 담장과 이곳이 미군용 시설임을 알리는 '무단출입 금지' 팻말이었다. 팻말은 도심 한복판에 있는 이곳이 '금단의 땅'이었음을 실감케 했다.

담장을 따라 걸으면 용산공원 갤러리가 조성된 캠프킴 부지 내 옛 US0건물이 나온다. 건물에 들어가 보니 114년 동안 시민에게 개방되지 않았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친숙한 풍경이 그려졌다. 건물 너머에는 도심을 빽빽이 채운 아파트와 한옥식 지붕이 눈에 띄었다.

전시 첫날 금단의 땅을 취재하려는 취재진과 시민들이 용산공원 갤러리를 찾았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지만,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 관광객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30일 용산공원 갤러리에서 한 방문객이 전시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달 30일 용산공원 갤러리에서 한 방문객이 전시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갤러리의 핵심은 한미동맹의 역사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현재까지 70년 넘게 이어진 한미 양국이 공존했던 역사 관련 사진, 동영상, 지도 등이 전시됐다.

한국 전쟁이 일어난 1950년대 미 8군 사령부 건물과 서울 명동 거리에 있는 주한미군들,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의 위문 공연에 환호하는 군인들의 모습 등 역사적인 장면을 담은 사진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1945년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부임한 존 하지 중장 관련 유물 등 주요 자료와 1953년 한미합동경제위원 타일러 우드 박사의 내한 장면이 담긴 영상물까지 갤러리에서는 한미 양국이 공존한 역사를 생생히 보여준다.

금단의 땅이었던 곳에서 한미 동맹의 역사를 본 시민들의 소감은 남달랐다. 이곳을 방문해다는 관람객 A(31)씨는 본지에 "114년 만에 개방된다는 소식에 신기해서 방문했다"며 "도심 속 작은 현대사 배움터가 될 거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30일 용산공원 갤러리에서 한 방문객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달 30일 용산공원 갤러리에서 한 방문객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용산 기지 시민 접근성↑

용산공원 갤러리가 열리면서 용산기지에 대한 시민 접근성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서울시는 용산기지와 관련한 시민 행사 등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갤러리 내에 '소통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소통공간은 연말부터 운영된다. 전시와 출판,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용산공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용산공원 갤러리는 용산기지 내 주요 장소를 버스로 둘러볼 수 있는 '용산기지 버스투어'와 연계해 운영될 예정이다. 이 행사는 올해 말까지 총 6차례 진행된다.

한편 주한미군은 2021년까지 용산기지에서 모두 평택으로 거점을 옮긴다. 2003년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한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용산기지는 2027년 공원으로 바뀌게 될 예정이다. 내년 말까지 미군 시설의 80%가 순차적으로 폐쇄된다. 정부는 용산기지를 인근의 남산, 전쟁기념관 등과 연계해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심 속 최고 생태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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