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올해 제약업계는 미국 진출을 시도해 다국적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등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약 개발 성과가 두드러진 해였다.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이 잇따라 성공하자 업계는 신성장동력을 위한 R&D가 필수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종업계라도 사별로는 큰 차이는 있었다. 광동제약이 그렇다. 의약품보다 식음료 등 비의약품 매출이 높아 ‘반쪽제약사’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광동제약은 R&D 투자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적악화 역시 지속되고 있고, 리베이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는 등 갖가지 악재 속에서 올 한해를 보냈다. 취임 당시부터 있었던 최성원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6년째 나오고 있는 만큼, 업계의 시선은 그의 다음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 (사진=광동제약)
최성원 광동제약 부회장. (사진=뉴시스)

‘무늬만 제약회사’

제약회사가 의약품이 아닌 식음료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등으로 이름을 알린 광동제약은 사실 한방제약사로 시작한 기업이다. 1963년 고 최수부 창업주가 경옥고를 판매하면서 광동제약의 역사가 시작됐는데, 이때 광동제약을 알린 제품이 바로 1970년대에 출시된 ‘우황청심원’, ‘광동쌍화탕’이다. 이들 제품은 약국 내 인기상품으로 자리 잡는 등 대중들에게도 한방제약사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이후 광동제약은 외환위기에 부도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직원들과 합심해 위기를 넘겼고, 2001년 ‘비타500’을 출시하며 제2의 도약기를 맞이했다. 이어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등 식음료를 차례로 출시했고, ‘제주 삼다수’ 판권을 가져오며 일반음료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광동제약의 이런 변화는 오너 2세인 최성원 부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최수부 창업주의 외아들인 최 부회장은 1992년 광동제약에 입사한 후 영업본부장 전무를 거쳐 2004년 부사장, 2005년 사장에 올랐다. 이후 2013년 부친인 최수부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인해 2015년 부회장직에 올랐다. 당시 업계에서는 최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채 회사의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적잖은 걱정과 우려 속에서 광동제약을 이끌게 된 최성원 부회장은 전문의약품보다 식음료 유통사업에 공격적인 모습을 나타내며 외형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비타500은’ 국내 비타민음료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기에 이르렀고, ‘제주 삼다수’ 생수 유통사업은 광동제약 매출의 30%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광동제약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삼다수 29.4%, ‘비타500’ 14.7%, 백신·병원 9.6%, 옥수수수염차 7.9%, 헛개차 5.8%, 쌍화탕류 2.0%, 청심류 6.7% 등으로 식음료 비중이 상당히 높다. 광동제약은 이 같은 외형확장을 통해 3년만인 2016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1조원 클럽’에 입성하기도 했다.

 

‘몸집 부풀리기? 속은 텅텅’

하지만 외형만 커졌을 뿐 알맹이는 작았다. 최 부회장이 취임하던 해인 지난 2015년 50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6년 443억, 2017년 357억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5%대에서 지난해 3.1%로 떨어졌다. 제약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은 10% 내외로, 이와 비교해서도 상당히 뒤처지고 있는 모습이다. 

연구개발비에 지출한 비중도 턱없이 낮았다. 광동제약은 국내 상위 10대 제약회사들 중 가장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광동제약이 지난해 지출한 연구개발비는 매출액의 1.0% 수준인 61억8900만원이다. 전년(50억2500만원, 매출 대비 0.8%)에 비하면 소폭 오르긴 했지만, 매출의 10% 내외를 연구개발비로 지출하는 다른 제약사들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업계에서는 광동제약의 비의약품 매출 비중이 높은 점에 대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본업보다 비의약품에만 주력하는 모습에 제약회사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광동제약은 연구개발비도 증가했고 의약품 매출 역시 성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당사는 제약과 음료 부문, 신규 사업의 동반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며 “최근 3년간 연 평균 23품목의 신규 의약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의약품 부문에선 경옥고·우황청심원 등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고, 전문의약품 중에는 비만치료제 콘트라브가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GSK의 백신 유통 등을 통해 매출 신장을 이뤄내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광동제약 전경. (사진=광동제약)
광동제약 전경. (사진=광동제약)

‘리베이트 의혹’

더욱이 광동제약은 리베이트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앞서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 등에 따르면 검찰은 광동제약이 2013년부터 특정 광고업체에 일감을 주고 10억원 상당의 상품권과 현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 광동제약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어 연루 의혹을 받은 창업주의 셋째 사위인 광동한방병원 이사장 이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검찰 조사를 받다가 변호사와 저녁 식사를 위해 검찰 청사 밖으로 나온 후 인근 건물 12층 빌딩 옥상에서 투신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씨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광동제약 고위층이 업체 선정과 리베이트 수수에 관여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 전·현직 임직원을 상태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재계 역시 이씨가 자살을 시도한 것과 관련해 이번 검찰 수사가 최성원 부회장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광동제약 관계자는 “지난번 검찰 수사는 당사에 2015년까지 재직했던 광고담당 직원 개인의 일탈행위에 대한 수사”라며 “이미 지난 2016년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던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광동제약을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들로 취임 6년 만에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최성원 부회장. 상황 타개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이 이러한 악재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 과정이 그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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