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지난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의혹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고 특히 취업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2030 청년층에게 깊은 불신과 좌절감을 안겨줬다.

그런데 이 ‘채용비리 의혹’이라는 카테고리에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포함됐다. 공정한 고용을 보장하고 관리‧감독을 주 업무로 하는 기관에서 고용세습 등 불공정한 채용 과정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공단 측이 채용비리를 알고 있었음에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아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의 직무유기 논란까지 휩싸였다. 현재 경찰 조사 및 감사원 감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 결과에 따라 김 이사장의 책임론까지 번질 수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뉴시스 제공)

‘채용비리 의혹’ 검정원 전 직원들, 정규직으로 고용

이번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공단)의 채용 비리 의혹은 지난 10월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감사원 지적으로 문을 닫은 한국기술자격검정원(이하 검정원) 직원 68명을 ‘특별경력 정규직’으로 고용한 가운데 이 중 6명이 공단 전·현직 간부들의 친인척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68명의 직원 중 38명은 이전 직장인 검정원 채용 과정에서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사람들이었지만 공단으로 재고용되는 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들 중에는 채용공고 없이 입사하거나 채용 기간이 임의로 단축 되는 등의 부적절한 절차로 입사한 사례가 있었다.

이런 채용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된 걸까. 사유는 고용노동부 발(發) 공문 때문이다. 지난 7월 검정원이 공단으로 흡수되며 속해있던 85명의 직원을 경력직으로 채용하라는 방침이 내려진 것.

문제는 검정원이 지난해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 모집공고 위반 등 78건의 채용비리가 드러났고 올해 6월 실시한 특별점검에서도 공고기간단축, 유관기관 친인척 입사 등의 부적절한 채용의 의심되는 사례가 115건이 적발된 상황에서 검정원 출신 직원들이 공단 경력직으로 재고용돼는 것이 적절하냐는 점이었다.

또한 고용부는 채용비리 실태 파악 후 공단 측에 이들의 채용을 배제하라는 공문을 보냈음에도 채용을 진행했다. 공단 간부들의 친‧인척이 포함돼 스리슬쩍 고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국감에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했고, 검정원이 맡고 있던 자격검증업무 관련 인력이 부족해 기존 검정원 인력을 투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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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측 “조사 결과에 따라 규정대로 처리”

이와 관련해 공단 측은 감사원, 경찰청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내부 규정대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당시 채용비리 의심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확한 증거나 법적인 판단이 없었기 때문에 채용을 진행했다”며 “채용 직전 내부 규정을 변경해 채용 비리 의혹이 밝혀지면 법적인 조치 및 직권 면직 처리가 될 것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채용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의심’스러운 상황만으로 고용을 배제하는 것 또한 공정하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채용비리가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관련 부서에 확인해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에 감사원까지…채용비리 혐의점 찾나?

한편 공단의 채용비리의 의혹과 관련해서는 공단 노조와 고용부의 수사 의뢰로 지난 8월부터 경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2대팀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관련자들 압수수색 자료 분석중이며 청탁자 및 관계자들 순차적으로 불러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휴대전화 압수수색에서 채용비리 관련해 혐의가 있음으로 보이는 부분이 나온 상황”이라며 “수사 마무리는 1월 정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국정감사로 인해 채용비리 의혹이 증폭되자 감사원은 지난 달부터 정규직 전환 규모가 큰 기관에 한해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공단은 163명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져 이번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김동만 이사장은 지난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채용비리 의혹 관련 질의에 “고용 세습이나 취업 비리는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채용비리가 수면위로 드러나 수사까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공단 내부에서는 감사 등 어떠한 조치도 진행되지 않았다. 공단 측은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만 답변한다.

발본색원(拔本塞源). 폐단의 근본 원인이 되는 요소를 완전히 없애버린다는 말이다. 김동만 이사장이 말한 ‘발본색원’은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의미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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