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통일부가 추진한 남북 철도공동조사 결과에 대해 듣고 싶다. 남측 기차가 북쪽으로 출발하는 것을 보며 저희도 매우 설렜다(great excitement)”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실무협의인 ‘한미 워킹그룹’ 참석차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연일 북한을 향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북한이 제재완화를 요구하며 미국의 비핵화협상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자 비건 대표가 ‘굿 캅’으로 나선 모양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남북철도 착공식 제재문제 해결

이번 워킹그룹의 성과 중 하나는 오는 26일 열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의 대북제재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당초 남북철도 연결사업 착공식은 행사 자체로는 문제가 없지만, 행사를 위해 북으로 반출할 물품에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등에 예외 인정을 받아야 했다.

21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비건 대표와 한미워킹그룹 2차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워킹그룹에서 철도 연결사업과 관련해서 착공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며 “남북 간 하고 있는 유해발굴 사업도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협의했다. 북한 동포들에 대한 타미플루 제공도 해결됐다”고 밝혔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미국이 전향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게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도 인도적 지원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견지 하에서 이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우리가 계속 의논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지난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국제기구 공여를 결정했지만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800만달러 지원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북제재 완화는 NO신뢰구축 다른방안 탐색중

비건 대표는 지난 19일 우리나라에 입국할 때부터 북한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비건 대표는 “미국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며 미국인의 북한 여행 허가에 대해서도 미국에 돌아가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음날인 20일에는 판문점을 방문해 9·19 남북 군사합의 이행에 따른 긴장 완화 상황을 둘러보는 등 파격행보를 이어갔다.

21일 오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남북철도 연결사업을 두고 ‘설렌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유화 메시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비건 대표는 면담 이후 ‘북한을 향한 메시지의 톤이 바뀐 이유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평화를 위해 문을 계속 열어놓고 있다”고 답했다.

비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북미간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북한이 미국의 ‘진정성’을 문제 삼자 북한에 신뢰를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 등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이 제재를 완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비핵화 없이는 제재완화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영변을 포함한 주요 핵 시설에 대한 검증 방식 등에 관한 협의에 진전이 있어야 제재완화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비건 대표의 각종 유화적 메시지에도 직접적인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미국은 (대북) 독자제재나 유엔 제재를 완화할 의향이 없다. 우리는 북한과 사이에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다른 많은 방안들을 탐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완화 대신 다른 방법으로 북한과의 신뢰를 구축하며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것.

비건 대표는 “물론 우리는 언론을 통해 그것을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북한과 직접 논의할 계획”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 과정을 시작할 때 시행할 수 있는 많은 계획들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건 대표는 북미 2차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날짜나 장소에 대해 발표할 만한 사항이 없지만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북한과 협력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 파트너와 다음 단계의 논의를 하기를 열망한다”고 밝혔다. 또 “그 과정(후속 미북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다가올 정상회담에 대한 일부 구체적 사항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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