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를 앞두고 택시기사들의 아우성이 거세다. 급기야 택시 기사들은 전면 파업까지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가 나서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고 택시 업계 달래기에 나섰지만, 27일 택시 단체는 ‘불참’을 선언했다.

카풀은 일반 차량을 소유한 ‘드라이버’가 같은 목적지를 가진 승객 ‘라이더’를 일정 금액을 받고 태워주는 서비스다. 일종의 ‘공유 플랫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럭시’와 ‘풀러스’가 가장 이용객 수가 많다. 럭시는 현재 카카오에 인수된 상태다.

기자는 사용자수 1위라는 ‘풀러스’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카풀을 시도했다. 앱을 다운받고 회원가입과 실명인증 절차를 진행하면, 결제수단을 등록하고 곧바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해 나와 목적지와 같은 드라이버를 찾을 수 있다. 세부 옵션으로 운전자와 대화를 할지, 옆자리와 뒷자리 중 어디에 앉을지 등도 결정할 수 있다.

26일 오후 4시 경, 퇴근시간인 6시에 맞춰 6시10분 탑승으로 드라이버 매칭(드라이버와 라이더 연결)을 시작했다. 현재 정부는 택시업계 보호를 위해 1일 2회, 출퇴근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더라도 출퇴근시간에 탑승을 위해 ‘예약’은 가능하다.

하지만 좀처럼 매칭되는 드라이버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약 1시간여 동안 매칭을 기다려서야 겨우 드라이버를 찾았다. 서울 송파구에서 서대문구까지 약 24km의 예상 금액은 약 1만7천원. 다만 현재 특별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어서 연결비 2천원만 내면 이용 가능했다.

천원 두 장에 편안한 퇴근길

카풀 시간은 6시10분이었지만, 드라이버는 약 15분 전에 도착해 기자를 기다렸다. 앱을 통해 “조금 일찍 도착했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아직 업무시간이니 6시 정각에 나가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탕비실에 있는 음료캔 2개를 챙겨들었다.

(사진=김혜선 기자)
(사진=김혜선 기자)

6시 정각에 서둘러 회사 앞으로 내려가니 예약한 흰색 차량이 정차돼 있었다. 풀러스는 드라이버의 차량 번호판 일부와 색상 등을 라이더에 정보로 제공한다. 차 문을 두드려 도착했음을 알리고 앞좌석에 앉았다. 좌석은 ‘엉뜨(엉덩이가 따뜻하게 차 시트 열선을 작동해놓는 것)’가 되어 있었다. 기다려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 음료캔을 건넸다.

이날 만난 드라이버 정모씨(45)는 출장 차 인근으로 왔다가 돌아가는 길목이라서 요청을 수락했다고 했다. 정씨는 “보통 이렇게 애매한 위치는 드라이버를 찾기 힘든데 덕을 많이 쌓으신 모양”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정씨는 약 세 번 정도 라이더를 태워봤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호기심에 시작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다. 라이더를 세 번 태웠는데 그 중에 대학교 후배가 두 명이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기사 이야기도 나왔다. 최근 기자가 택시기사로부터 카드 결제를 거부 받았던 이야기를 하자 정씨는 “택시업계도 안됐지만, 서비스 개선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현재 정부 규제대로만 운영한다면 카풀이 ‘택시’처럼 이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하루 2회에 출퇴근 시간만 이용하면 정말로 출퇴근길이 같은 사람들끼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나”며 “카풀이 정착되면 고질적인 서울 교통체증도 어느 정도 감소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드라이버들도 자신들을 ‘기사’ 취급하는 걸 기분나빠한다. 출퇴근하면서 겸사겸사 용돈이 될까 해서 태우는 것”이라며 “전업으로 할 수 없는 금액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정씨는 “택시 업계 주장도 일리가 있다. 본인들 ‘밥그릇’이 달린 문제가 아니겠나”라며 “과도한 사납금도 문제다. 택시 기사들도 먹고 살게 해 줘야 한다. 다만 택시 기사들도 정부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풀의 안전성도 ‘구멍’이 있다는 게 정씨 주장이다. 그는 “택시는 범죄이력조회라던가 여러 장치를 통해 안전한데, 카풀은 사실상 등록만 하면 누구든 드라이버가 될 수 있다. 차를 타는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니 위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최근 내가 태운 라이더는 여성이었는데, 이전에 카풀을 이용하면서 드라이버가 ‘앞좌석에 타라’고 강요했다고 했다. 무서워서 뒷좌석에 탔는데, 드라이버가 ‘내가 택시 기사냐’, ‘돈 벌려고 카풀 하는 것 아니다’라는 등 계속 투덜거렸다고 한다”며 “(해당 드라이버가) 목적지까지 가지도 않고 인근에서 ‘내려라’고 무섭게 구는 통에 쫓겨나듯 내렸다고 했다. 내 생각엔 여자를 만나고 싶어서 드라이버를 한 게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지까지 걸린 시간은 56분. 평소대로라면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여분이 걸리는 거리다. 정씨와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곧바로 ‘2천원’이 결제됐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대중교통 요금을 내고 편안하게 이동한 셈이다.

한편, 다음날 아침인 27일 오전에는 마땅한 드라이버가 매칭되지 않아 카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이날 저녁에도 오후 4시30분 경부터 드라이버 매칭을 시작했지만 2시간이 지난 시간까지 드라이버 매칭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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