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올해 마지막 국회는 자유한국당이 ‘판정승’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일명 ‘김용균법’이 통과됐지만 대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처음으로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게 됐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바람대로 ‘유치원 3법’ 연내 처리가 무산됐다.

지난 2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위험한 작업의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 등 민생법안 95건을 의결했다. 김용균법은 재석의원 185명 중 165명이 찬성했고 전희경 한국당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김용균법은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 석탄공장에서 근무중 사고를 당해 숨진 故김용균 씨 사고 이후 마련됐다. 개정안은 근로자가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중지 후 대피할 경우 불리한 처우를 금지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또 도금작업, 수은, 납, 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 작업, 허가 대상 물질의 제조·사용 작업의 유해·위험성을 고려해 사내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당초 이 법안은 한국당이 ‘법조문을 추가로 더 검토해야 한다’며 통과를 반대해왔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김용균씨의 사고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보지만, 법조문이 굉장히 많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서 제대로 검토한 뒤 합의할 것”이라며 “법을 잘못 개정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본회의 당일까지 김용균법에 대한 합의점을 좁히지 못하다가 직전 원내대표 회동에서 극적으로 본회의 처리를 합의했다. 개정안은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는 한국당 주장에 무색하게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반나절만에 통과했다.

대신 한국당은 오는 31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소집을 얻어냈다. 한국당은 운영위에서 최근 불거진 청와대 기강해이 논란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 민간사찰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의 ‘또다른 승리’는 한유총의 바람대로 유치원 3법 연내 처리가 무산된 것이다. 끝내 유치원 3법은 실제 통과까지 최장 330일이 걸리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당초 한국당은 ‘비리 유치원’ 명단이 최초로 폭로됐을 때 사립유치원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었다. 그런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립유치원의 기금 유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회계를 일원화하는 등의 ‘유치원 3법’을 발의하자 “다른 당의 법안과 병합심사 해야 한다”며 교육위원회 법안 심사를 차일피일 미뤘다.

이후 한국당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유치원 관련 법을 발의했고, 여야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 수개월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결국 바른미래당이 민주당 안대로 회계는 일원화하되, 한국당 안대로 기존 누리과정 지원금은 유지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냈다. 그러나 한국당이 또다시 반대하면서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교육위 위원 9명은 전체회의를 열고 유치원 3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한국당 의원은 이에 반발해 교육위 회의에 불참했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해당 법안은 상임위→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등 법안통과 과정에서 일정한 시한을 넘기면 자동으로 상정된다. 그런데 이 시한은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이어서 총 330일의 기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의 중재안은 사립유치원 자금유용에 대한 처벌을 1년 유예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한유총은 2년의 시간을 번 셈이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유총과 자유한국당의 목표는 박용진 3법의 저지였다”며 “(한국당이)한유총의 이해와 요구를 충실히 반영하며 국회의 정상적인 법안심사 논의를 사실상 가로막았다. 심지어 자신들이 낸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아니라 현상유지, 박용진 3법 자동폐기가 목적인 듯 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사실상 한유총의 승리’라고 했지만 어제 패스트트랙 지정이 불발됐다면 20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법안 자체가 폐기됐을 것”이라며 “아쉬운 점은 분명하지만 (수정안의) 상임위 처리가 늦어져 혼란을 부추기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보수의 이름으로 변화 가로막는 한국당을 넘기 위해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고, 이는 한유총과 한국당의 저지선을 돌파한 것으로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지금 기억해야 할 것은 작은 기득권 하나만 건드려도 반발하는 ‘기득권 연합’의 무서운 힘이다. 누가 상식의 사회화를 반대했는지 반드시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