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진 안전대책마련 촉구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피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안전한 진료 환경 개선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찰이 강북삼성병원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1일 경찰이 강북삼성병원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임 교수의 장례식이 마무리되는 이번 주간을 포함해 오는 15일까지 추모 기간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학회 측은 "신년 벽두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비통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며 "임 교수를 잃고 크나큰 슬픔에 잠겨있을 유족과 동료들께 조의를 표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앞서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4분께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정신과 진료 상담 중 30대 남성 환자 박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뒤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서 검거된 범인은 자신의 범행에 대해 경찰에 시인했지만, 정확한 범죄 동기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교수의 사망 소식에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예고된 비극이었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협회는 "의료인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폭행은 수시로 있었고, 살인 사건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절대 개인의 힘으로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의료계가 그간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의료진 위험 노출에 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으나 번번이 좌절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응급실 내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가 이루어졌지만, 이번 사건은 응급실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내 어디에서든 의료진을 향한 강력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협회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처가 여전히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진에 대한 폭력사건에 대하여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다만 협회는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사건이 피의자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것인지 밝혀진 바가 없다"며 "언론의 추측성 보도나 SNS상의 잘못된 정보 공유가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길 것을 경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교수는 우울증 등 정신의학 분야 권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 개발위원으로도 참여한 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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