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또다시 친서를 보냈다. 친서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호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무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AP통신 등 미 외신은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는 아주 멋지다(great)”고 표현했을 뿐, 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는 우리 정부 노력의 일환으로 김 위원장을 곧 만나게 될 것”이라고 2차 정상회담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또 “북한의 비핵화 추진에 대한 속도를 강조한 적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친서’를 보내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이번 친서 역시 자신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놓고 미 언론 등지에서 ‘핵 보유국으로서 인정받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등 해석이 분분하던 중에 나왔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모습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올해 북남 관계가 대전환을 맞은 것처럼 쌍방의 노력에 의하여 앞으로 좋은 결과가 꼭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약 하루 만에 “김정은이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김 위원장을 만나길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미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비핵화 조치를 발표하는 대신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했다며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로 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수성향인 싱크탱크 헤리피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요약하면 김 위원장이 (화해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으나 아주 날카로운 가시도 함께 내민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는 자신이 공언한 대로 비핵화 성공을 이뤄내고 싶으면 2차 정상회담에 나오되 합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회의론자들에게는, 이건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가장하는 (여전히 과거와) 똑같은 북한”이라며 “북한이 정말 원하는 건 핵 역량을 이전하거나 추가 생산하지 않는, 책임감 있는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사실상 인정받으면서 긴장이 완화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세종연구소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어디까지나 미국과의 대화와 공정한 협상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북한이 과거의 경제․핵 병진노선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입장이다. 정 본부장은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에 대해서도 “미국측에서 아직까지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위한 상응조치로 무엇을 제시할 것인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북한 내부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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