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파인텍 노조가 75m 높이 열병합발전소에서 세계 최장 굴뚝 고공농성과 6일간의 단식 투쟁 끝에 사측과 고용 승계 합의에 극적 타결했다.

11일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노사협상 합의서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일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노사협상 합의서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와 시민사회, 종교계 인사들로 구성된 '스타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0분께 서울 양천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파인텍 노사는 제6차 교섭 내용에 합의했다. 전날인 10일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이번 교섭은 20시간 20분의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노사 합의에 따르면 김세권 모회사 스타플렉스 대표가 파인텍의 새 대표직을 맡아 경영한다. 파인텍 공장은 오는 7월부터 정상가동하고,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 2명을 포함해 파인텍 노조 조합원 5명은 공장가동 전까지 6개월 유급휴가로 100% 임금을 받는다. 고용 보장은 최소 3년이다.

노사는 이번 합의와 함께 민·형사상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집회와 농성을 중단하고, 관련 시설물과 현수막을 자진 철거한다.

아울러 사측은 금속노조 파인텍지회를 교섭단체로 인정한다.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고, 연 500시간에 해당하는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면제를 부여한다는 내용도 합의서에 담았다.

앞서 스타플렉스는 지난 2010년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을 인수한 후 2013년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에 반발한 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장은 2014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간 굴뚝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였다.

차 지회장은 사측으로부터 고용 및 단체 협약 등의 승계를 약속받고 지상으로 내려왔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홍기탁 전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017년 11월 12일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75m 높이의 열병합발전소에 올랐다.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굴뚝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며 고용·노조·단체협약 승계 등을 사측이 이행하라고 촉구해왔다. 이달 6일부터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번 합의로 세계 최장 굴뚝 고공 농성을 벌인 노동자들은 426일 만에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은 단식을 중단하고, 이날 오후 굴뚝에서 내려올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 보장을 최소 3년으로 둬 이후 고용 보장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노조 측은 합의서에 '파인텍 대표이사를 김세권이 맡는다'라는 내용에 대해 스타플렉스 대표가 아닌 김세권 개인으로 들어갔다는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