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최고 책임자로 지목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출석 길에 "모든 책임을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대국민 입장을 밝혔다.
11일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께 검찰 출석 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제 재임 기간 일어났던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이렇게 큰 심리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일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또 여러 사람들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수사를 받은 데 대해 참으로 참담한 마음이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게 마땅하다"며 "다만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에게 우리 법관들을 믿어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 수행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하고, 저는 그 말을 믿고 있다"며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다른 법관들의 혐의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 검찰 조사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가감 없이 답변하고, 또 오해가 있으면 이를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양 전 대법원장은 대국민 입장문에서 자신의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했다. 아울러 검찰 포토라인을 그대로 지나쳐 곧바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헌정 사상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11년 9월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에게 '재판 거래'를 시도하는 문건에 대해 보고 받고, 지시 내린 혐의를 받는다.
그 밖에도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재판 거래', 구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유출,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여, 공보관실 운영비 비자금 조성 등 40개 이상의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