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만큼은 금수저...웹툰작가서 상담사로
'연애의 자격' 설립...연애도 공부가 필요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어떻게 하면 연애를 잘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은 성별과 나이·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이들의 궁금증이자 관심사 또는 숙제다. 연애를 통해 나와 상대방이 행복해지고 에너지를 얻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

'연애의자격' 김희원 대표상담사. (사진=이별님 기자)
연애의자격 김희원 대표상담사. (사진=이별님 기자)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갈등 없이 연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툼과 권태기, 이별 등 아픔은 숙명처럼 찾아온다. 때로는 연애 문제가 개인의 불행을 넘어 데이트폭력이나 자살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애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연애를 더 행복하게 하는 방법, 연애로 감정을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일상의 에너지를 얻는 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가 바로 연애 IT회사 럽디의 연애 상담브랜드 '연애의자격' 김희원 대표상담사다.

김희원 대표상담사는 지난 2010년 공군 인트라넷에서 연애 웹툰 '17171771'을 연재했다. 그는 이때 얻은 경험을 토대로 남편 김나라 대표와 함께 2016년 '연애의자격'까지 차렸다. '연애만큼은 타고난 금수저'라고 자부하는 김희원 대표상담사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약 13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단 한 번도 권태기를 겪거나 싸우지 않았다고 한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연애하는 커플과 부부들을 많이 만드는 게 사명이라는 그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연애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상담을 통해 맞춤 솔루션을 제공해준다. 본지는 대한민국의 '연애 불행'을 없애기 위해 매일 분투 중인 김희원 대표상담사와 지난 9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웹툰 작가로 활약하다 회사를 차렸다. 구체적인 계기가 있다면.

"대학생 시절 전 남자친구가 공군에 입대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군 고무신이 됐다. 공군 고무신 온라인 클럽에서 활동하다가 공군 측에서 '고무신 출신 웹툰 작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일주일에 한 편씩 공군들이 볼 수 있는 '고무신'과 '군화'의 연애 스토리를 연재하는 것이다. 호기심에 지원했는데, 덜컥 붙었다"

"갑자기 연재를 시작하게 돼 초반에는 결과물이 안 좋았다. 공군 측에서 '문제가 있는 거 같다 더 내용 있게 해주면 안 되냐'는 요청이 들어왔고, 방학을 계기로 기획을 바꿔 완성도 있게 연재했다. 그때부터 반응이 엄청 좋았다. 그러자 장병분들로부터 연애 상담 메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저는 전문 상담사가 아니었지만, 연애 4년 차에도 지인들로부터 '너네는 예쁘고 달달하게 연애한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저는 저를 믿고 메일을 주신 장병분들께 열심히 상담을 해드렸다. 그랬더니 장병분들께서 '작가님 덕분에 연애를 잘하게 됐다', '웹툰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했다. 이런 말들을 들으니 재미는 물론 보람도 컸다"

"한편으로는 웹툰을 연재하기 전에는 '왜 연인끼리 싸우지?', '왜 서로 배려를 안 하지?' 등의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고민을 들어보니 연애도 지식이 있어야 잘할 수 있고, 지식이 없으면 연애를 망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저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던 게 다른 사람에겐 그렇지 못했다. 그 부분에서 저는 타인이 모르는 점을 아는 사람이었다. '이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필요가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애 연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JTBC '오늘굿데이'에 출연한 연애의자격 김나라 대표. 김 대표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출연 등 방송 활동도 하고 있다. (사진=연애의자격 제공)
JTBC '오늘굿데이'에 출연한 연애의자격 김나라 대표. 김 대표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등에 출연한 바 있다. (사진=연애의자격 제공)

-남편인 김나라 대표와 같이 '연애의자격'을 설립했다고 들었다.

"웹툰은 그해에만 하고 연재를 마쳤지만, 제 팬 카페에는 연애 상담 요청글이 계속 올라왔다. 상담 메일도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한 상태라 이를 방치했다. 지인들은 '관리도 안 하는 카페가 계속 커지는 데 네가 이를 키워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연애 지식을 알리는 데 관심이 있던 저는 카페를 잘 키워보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팬 카페에서 연애 상담소를 운영하던 2013년 당시 저는 출판사와 컨택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출판사 측에서 제게 저와 비슷한 일을 하는 분이 계시다고 소개해줬다. 둘이 만나서 얘기를 해거나 일을 해보면 재밌을 거 같다고 제안했다. 그분이 남편인 김나라 대표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저와 연애관이 매우 비슷했다. 웹툰 작가 시절 장병들의 연애 상담을 할때 그들의 연애가 저와 달라 힘들었던 적이 있다. 제 노하우를 제공한다고 했지만, 이건 제 개인적 경험일 뿐이지 장병들의 연애가 저와 상황이 같을 순 없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선 더 많은 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연애 관련 서적을 찾아 봤는데, 죄다 이성에게 작업을 거는 내용의 책들뿐이었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찾고 있는 연애 지식은 '작업' 뿐만이 아닌데 이런 책들만 있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다. 김 대표도 저와 똑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김 대표를 처음 만난 때는 2013년인데, 당시 그는 우연히도 저와 비슷하게 공군 인트라넷에서 연애 칼럼을 연재하고 있었다. 때마침 둘 다 오래된 연인과 해어진 상태였다. 원래는 같이 일을 할 생각이었는데, 뜻이 맞아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2년 정도는 연애만 했다.(웃음) 그러다 '우리 원래 같이 일할 계획이었던 게 아니냐'해서 같이 회사를 차렸다. 그게 '연애의자격'이다"

-연애에도 종류가 다양한데, 김희원 대표상담사의 전문 분야는 무엇인가.

"전문 분야가 따로 있다기보단 저 같은 경우는 연애 전반에 대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썸'이나 이별·재회 등을 전문으로 하는 게 아니다. 연애가 일상에 방해가 되기보다는 서로 행복감을 얻게 만드는 게 제 역할이다. 상대도 나도 트러블없이 만족스러운 연애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연애의자격'만의 특징과 장점이 있다면.

"저나 김 대표, 그 밑에 상담사들은 공부를 절대 게을리할 수 없다. 내담자들은 항상 새롭고, 못 보던 직업에 계신 분들도 오신다. 전혀 못 봤던 사례도 있다. 연애 문제가 단순한 경우도 있지만 복잡한 경우도 많다. 물론 저희가 못 푸는 연애 문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를 못 푸는 이유는 문제를 풀기 위한 질문을 안 해봤기 때문이다. 질문을 하고, 계속 연구하다 보면 답은 나오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저희는 꾸준히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한다. 새로운 내담자를 만다면 이분을 혼자 상담하는 게 아니라 해당 케이스를 다 같이 고민하는 것이다. 또한 매일 연구 회의가 있는데, 이때 상담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새로운 솔루션을 발굴한다. 우리는 이를 '솔루션 세션'이라 부른다. 대부분 연애 관련 회사들은 어떤 한 가지 연애 이론이나 가설을 이용해 운영하는 거 같다. '연애의 자격'에서는 하루에도 연애 가설이 수십 개가 나오기 때문에 직원들이 연구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저희같이 연애를 연구하는 회사는 없다고 본다"

-내담자가 많아지면 통계가 쌓일 텐데 이것도 참고하는가.

"그렇다. 통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저 같은 경우는 직관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김 대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그가 가진 통계가 정말 많다. 직관으로 상담해드리는 것과 통계를 통해 상담해드리는 것을 비교했을 때 결과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데이터를 항상 중시한다. 우리 회사 사내 규칙에는 '데이터는 상사를 이길 수 있다'라는 말도 있다"

-내담자 성향은 어떻게 되는가.

"남녀노소 각양각색이다. 초등학생도 있었고, 많게는 80대까지 있었다. 물론 초등학생은 상담 안 해준다. (웃음) 직업도 정말 다양하다. 일선 상담사 분들은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을 하루에 많이 만나볼 수 있으니 이 직업은 질리지 않을 거 같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남녀 비율도 50대 50이다"

"특히 '연애의자격' 내담자 중에는 프라이드가 높은 분들이 많다. 본인의 시간과 에너지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시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원하시는 건 '안정된 연애'다. 연애가 안정되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물질적으로 힘을 빼기 때문에 다른 일에 집중할 시간을 연애에 뺏기게 된다. 연애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행복한 연애를 통해 에너지를 얻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저희를 많이 찾는다"

상담을 진행 중인 김희원 연애의자격 대표상담사. (사진=연애의자격 제공)
상담을 진행 중인 김희원 연애의자격 대표상담사. (사진=연애의자격 제공)

-'연애의 자격'의 상담 성공률은 어떻게 되나.

"성공률은 대략적으로만 말씀드릴 수 있다. 내담자 중에는 성공해놓고 저희에게 말씀을 안 해주시는 분도 계시다. 불행했다가 행복해지면 저희를 다시 찾기보다는 행복에 집중하시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알려주시지 않는다. 솔루션 후 연락이 안 오면 저희도 '성공했나 보다'라고 생각한다"

"성공률은 들쑥날쑥한 편이지만, 최근은 60%라고 본다. 저와 김 대표가 할 때는 거의 100%였지만, 상담원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성공률이 낮아졌다. 성공 여부를 내담자들이 알려주신다면 성공률은 60% 이상이라고 본다. 숨어있는 성공사례가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들만 받아서 진행했다. 상담료를 내고도 실패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담자 중에는 성공 여부를 떠나 연애 자체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 자기 계발 차원에서 연애를 분들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은 어렵다. 성공률이라는 건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 등 정확한 목표가 있는 분들에 한해서만 측정이 가능하다"

-'연애의자격'에서 대표상담사로 일하시면서 고충이 있다면.

"상담하면서 고충은 없다. 다만 고객이 현재 상담 인원에 비해 너무 많다. 연애라는 게 사건 사고가 일정한 시간에 터지는 게 아니다. 주말에도 터지고, 밤늦게도 터진다. 문제가 긴박할 땐 빨리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데, 그 많은 내담자의 요구를 일일이 대응해주려면 상담사들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보고 저나 김 대표와 상담하고 싶어 한다. 워낙 저흴 찾는 분이 많으시다 보니 상담료가 저렴해지면 안 되는 상황이다. 가격을 높여야 저희 부부한테 덜 오시니 점점 가격이 높아졌다. 저도 사람이라 시간적으로 한계가 생긴다"

"아울러 상담사를 육성하는 게 문제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일단 내부적으로 연수에 참여하게 된다. 초반에는 저희도 상담사를 육성했던 경험이 없어 상담 인력을 길러내는 데에 1년이 걸렸다. 점점 많은 시행착오와 테스트를 거듭한 결과 지금은 한 두 달 정도면 어느 정도 상담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도 연수 과정에서 탈락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상담사 지망생들이 많이 들어오시고, 이 사람들이 한 명도 떨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힘들다. 좋은 분들 많이 지원해주시고, 상담도 잘 하고 계시지만 아직까진 상담사에 비해 고객이 너무 많다"

-상담하면서 인상 깊거나 보람 있었던 사례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분들은 자살 위험이 높은 분들이다. 어떤분들은 연애가 삶의 전부다. 이분들이 살기 위해서는 연애가 잘 돼야 한다. 문제는 연애에 올인하는 순간 연애는 잘 되기 어렵다. 이분들 삶의 전부가 연애이기 때문에 연애가 잘 안 되면 자살을 선택하기 너무 쉽다. 그러면 안 되지 않은가. 여기서 일하다 보면 우리가 일종의 '연애 응급실'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연애하다가 실제로 극단적인 생각을 선택하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저희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인과의 재회를 바라는 분들이 자살률이 높은데, 이 부분을 해결해드리고 싶어 무료진단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죽겠다'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연애의자격'을 통해 행복하게 웃는 걸 봤을 때 얼마나 보람있는지 모른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