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기업 및 중견기업인을 초청해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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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 현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남은 시작부터 여론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는 물론 대기업·중견기업인 61명이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 특히 이날 대화는 어떤 시나리오 없이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질문을 주고받는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주요 기업들이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을 위해 꾸준히 투자를 해 주셨지만 작년 2분기부터 전체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전환한 아쉬움이 크다”면서 “기업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올해 우리 정부의 목표다. 여러 기업들이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내 전담 지원반을 가동해 신속히 실행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형 규제박스가 곧 시행되면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 노사가 함께 힘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활력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인 마음 헤아려주시길”

청와대에 기업인 초청 명단을 추천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기업인들의 삶과 마음을 헤아려달라”고 요청했다. 박 회장은 “외형은 커졌지만 저희 기업들은 아직 청소년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왕성한 청년기에 실수를 해 국민들의 마음 불편하게 해드리는 경우도 있지만, 앞날을 향해서 뛰어가는 기업들을 봐주시길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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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업인과의 대화는 문 대통령은 물론 참석인 모두 양복 겉옷을 벗고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으로 진행됐다. 이날 문 대통령에 직접 질문을 한 기업인은 총 17명. 황창규 KT 회장은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서 문 대통령에 ‘규제완화’를 성토했다.

황 회장은 “AI, 빅데이터, IoT, 모든 부문에서의 활용이 데이터 활용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전세계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AI나 빅데이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답변자로 나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개인정보 3법이 지난해 11월 정부여당이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아마 통과되면 (규제 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종태 퍼시스 회장도 규제개혁을 성토하며 입을 열었다. 이 회장은 “수십 년 간 유지된 규제는 폐지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기업이 규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호소하고 입증하는 현재의 방식보다는 공무원이 규제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케 하고, 입증에 실패하면 자동 폐지토록 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건의했다. 공무원이 규제 유지를 입증하게 되면 기업 자율, 시장 감시, 정부 감독에 맡겨도 될 사전 규제의 일괄 정비가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종태 회장님께서 주신, 입증 책임을 공직자가 갖도록 하자는 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국정 전반에 걸쳐 모두 할 수는 없지만, 일부 영역에 대해 시도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최태원 SK회장은 문 대통령에 혁신성장에 대한 직언을 쏟아냈다. 최 회장은 “첫 번째 혁신성장을 하기 위해서 기본 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다.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용납하는 법을 적용하거나, 규제를 완화하시거나 기본적인 철학적인 배경이 ‘실패를 해도 좋다’라는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혁신성장이 정말 산업화가 되기 위해서는 코스트(비용)의 문제다. 코스트가 충분히 낮아질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정부와 사회와 기업이 함께 만들어야 혁신성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의 최고의 인재가 모일 수 있어야 하고, 저희 내부에서도 최고의 인재를 길러내는 백업들이 없으면 혁신성장에 의해서 일자리가 충분히 창출되는 열매까지 거두기에는 꽤 어려운 문제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기업과 관련한 입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경제를 많이 일으킨다면, 사회적기업은 고용창출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면서 “솔직히 지난번에 이 말씀을 1년, 햇수로는 거의 2년 전에 한번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진행이 잘 안 되고,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법들이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최 회장은 “어떻게 하실 건지, 구상이나 이런 것이 있으시면 저희가 알고 갔으면 상당히 도움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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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간담회 이후 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준혁 넷마블 회장 등 일부 기업 총수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던데 어떤가”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옆에 있던 최태원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농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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