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모유는 아기에게 가장 완벽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엄마들에게는 달랐다. 분유회사가 진출하면서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것이 ‘부잣집 아이’처럼 기르는 인식이 퍼졌고, 모유보다 분유를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됐다. 방글라데시에는 과거 우리나라 80년대 시절 벌어진 현상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승미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 (사진=김혜선 기자)
박승미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 (사진=김혜선 기자)

문제는 방글라데시 엄마들이 분유를 살 만한 경제능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었다. ‘분유를 먹고 큰 아이가 건강하다’고 철석같이 믿은 방글라데시 엄마들은 분유를 아껴 먹이기 위해 많은 물을 타서 아기에게 먹였다. 묽게 탄 분유에 아기들은 제대로 된 영양공급을 받지 못했고, 날이 갈수록 말라갔다. 연구년을 맞아 방글라데시 국립간호전문대학원에서 모성간호 분야 전문가로 봉사하던 박승미 호서대 간호학과 교수가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방글라데시는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엄마들이 모유수유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접 와 보니 아니더라고요. 분유는 대충 희석해도 흰색이 나오잖아요. (엄마들이) 분유를 마음대로 희석해서 먹으니까 아기들이 저체중아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지난 7일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만난 박승미 교수는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나라 엄마들이 모유수유의 장점을 모르고 분유를 선호하는 현상이 안타까웠다”며 “어떻게 엄마들에게 모유의 좋은 점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방글라데시 모유수유건강영아 선발대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모유수유건강영아 선발대회 소아과 심사. (사진=박승미 교수 제공)
방글라데시 모유수유건강영아 선발대회 소아과 심사. (사진=박승미 교수 제공)

박승미 교수의 연구년은 끝났지만 모유수유건강영아 선발대회를 멈출 수는 없었다. 이에 그는 올해도 자신이 가르치는 간호대 학생들을 이끌고 다시 방글라데시를 찾았다. 간호사들로 이뤄진 국제 모유수유 전문가 ‘모유사랑’도 잠시 클리닉 문을 닫고 함께 했다.

박승미 교수는 “우리나라도 분유가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1980년대 이후로 모유수유율이 엄청나게 떨어졌다. 모유수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게 된 중요한 운동 중에 하나가 각 지자체에서 시행한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라며 “물론 지금은 많은 여성이 직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완전모유수유를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모유가 좋다는 인식은 높아졌다. 방글라데시에서도 비슷하게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대회를 열게 된 경위를 밝혔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모유수유의 장점을 직접 경험한 것도 한몫 했다.

 

“모유수유 권장 운동은 위대한 일”

 

올해 1등을 차지한 모유수유 아기. (사진=박승미 교수 제공)
올해 1등을 차지한 모유수유 아기. (사진=박승미 교수 제공)

 

올해 모유수유건강영아 선발대회는 방글라데시 국립간호전문대학원이 위치한 묵따(Mugda)에서 지난 5일 열렸다. 지난해 열린 첫 대회는 평일인 수요일에 열렸지만 이번에는 주말인 토요일에 열렸다. 대부분 무슬림교도인 방글라데시인 특성상 남편이 일하러 나간 평일에 여성 혼자 외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승미 교수는 “지난해 대회에서는 많은 엄마들이 신청만 하고 참가를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이 나라 공휴일인 토요일에 열었는데 작년보다는 참석률이 높았다”면서 “대회 인원이 총 30명인데, 일찌감치 22명이 신청자가 대회에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16명 정도만 대회장에 나왔었다”고 설명했다.

대회 심사영역은 키·몸무게를 측정하는 성장파트, 소근육·대근육·언어 등 발달파트, 소아과 전문의의 건강검진 파트, 모유수유 상호작용파트 등 총 4가지다. 박승미 교수는 “아기들이 잘 성장했는지 키와 몸무게를 보는 성장파트와 언어발달 등 발달 파트는 현지 간호사들이, 소아과 검진은 한국인 의사선생님이 심사를 해 주셨다. 나머지 모유수유 파트는 모유사랑 소속 국제모유수유전문가 간호사들이 심사했다”고 말했다.

모유사랑 소속 국제모유수유전문가 간호사. (사진=김혜선 기자)
모유사랑 소속 국제모유수유전문가 간호사. (사진=김혜선 기자)

 박승미 교수는 “아기가 엄마와 눈을 마주치고 젖을 먹는 순간이 아이의 심리적 안정감에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부분들을 세밀하게 평가하고 엄마들이 모유수유에 대해 잘 아는지 물어보는 심사 등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우승한 아기는 다른 아기들에 비해 발달상태가 탁월하게 좋았다는 게 박승미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올해는 시간이 촉박해 부모님의 직업 등 심층 인터뷰는 진행하지 못했다. 다만 엄마와 아기의 모아애착도 좋았고, 엄마가 모유수유의 좋은 점도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우승자였던 엄마는 ‘워킹맘’이었다고 한다.

이 대회 우승자의 상금은 1만 타카, 한화로 약 13만원 상당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한달 월급과 맞먹는 금액이라고 한다. 2등 상금은 7천 타카(한화 9만3천원), 3등은 5천 타카(6만6천원)다. 조산한 아이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를 모유수유로 키운 엄마들에게는 ‘특별상’으로 8천 타카(10만6천원)가 주어졌다. 지난해에는 무려 황금 1돈을 상품으로 줬지만, 현지 엄마들이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 등이 어려워 올해는 상금으로 대체했다.

박승미 교수는 현지 간호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모유수유건강영아 대회 등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이뤄나가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는 “국내 모유수유 권장운동은 ‘간호사가 한 일중에 참 훌륭하고 위대한 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이 대회도 현지 간호사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건강개선, 국민보건 사업 중 하나로 자리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게는 언어적인 한계가 있다. 제가 모유수유를 해 보고 ‘정말 중요하구나’라고 간절하게 느껴서 전파한 것처럼, 그 정도의 간절함을 가지고 현지 간호사들이 주도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 방글라데시에도 브레스팅 피딩 파운데이션이라는 모유수유 관련 단체나 기구가 있다. 이런 기구에서 왜 방글라데시 엄마들이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지 좀더 세밀한 조사나 구체적인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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