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제주 4·3 당시 공권력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부당하게 수감된 피해자들이 70여 년 만에 사법부로부터 무죄를 인정받았다.

17일 제주 4·3 생존 수형인들이 법원으로부터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다. (사진=뉴시스)
17일 제주 4·3 생존 수형인들이 법원으로부터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다. (사진=뉴시스)

17일 이날 오후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임창의(99) 할머니 등 제주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 공판에서 청구인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공소기각이란 법원이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중단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번 공고기각 판결은 당시 군사 재판이 별다른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져 재판 자체가 '무효'라는 것을 의미한다.

4·3 당시 계엄령하에 진행된 군사재판이 사법부로부터 불법임을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심을 청구한 생존 수형인들이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은 것이다.

앞서 수형인들은 4·3 당시인 1948년부터 이듬해까지 내란죄 및 간첩죄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서 최대 20년 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모두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다.

제주에 거주하던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붙잡혀 재판을 받고, 전주와 인천 등 타지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고문을 당하거나 죄 없는 이웃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감옥에서 나온 이후에는 수형인의 낙인 때문에 불이익을 겪었다. 수형인 중 한 명인 현창룡(88) 할아버지는 자신의 딸이 아버지의 내란죄 기록 때문에 직업을 구하는 데 불이익을 겪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형인 낙인을 벗지 못한 이들은 지난 2017년 4월 법원에 군사재판이 불법이므로 재대로 된 재판을 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를 받아들인 법원은 약 1년 10개월 만에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18명의 수형인들 처럼 억울하게 수형된 제주도민 중에서 현재 생존자는 약 30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수형인들의 명예회복 작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4·3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추가 신고를 받은 결과 2만 1,392명이 최종 접수됐다. 사망자·행방불명자와 수형자는 342명, 유족은 2만 1,05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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