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LG전자의 스마트폰(MC) 사업이 3년째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노키아·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을 이끌던 명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물론 그룹 차원에서도 LG전자 사령탑을 오너일가로 교체하는 등 MC사업부를 살리기 위한 시도는 많았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MC사업부는 결국 실적을 갉아먹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일각에선 ‘매각설’까지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스마트폰이 IoT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5G 상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연 5G가 LG전자 MC사업부의 ‘구원투수’가 될지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사진=LG전자)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사진=LG전자)

‘어닝쇼크’

LG전자는 지난 8일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 15조7705억원, 영업이익 75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 79.5%씩 줄어들었다. 이는 당초 증권가가 제시한 매출 16조5337억원, 영업이익 3981억원의 평균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다. 

증권가에서는 MC사업부의 적자 확대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그동안 LG전자 수익을 갉아먹던 MC사업부 부진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특히 LG전자 스마트폰의 주력 시장인 북미와 이머징(신흥) 시장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침체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전 및 TV의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잠정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것은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따른 MC사업부 손실 확대 때문”이라며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 및 이머징마켓 경기 둔화에 따른 스마트폰 소비 심리 악화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 하고 있다. 미국(출하비 중 50%)과 이머징(36%) 비중이 높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크게 타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적자폭 커지는 이유는?

문제는 MC사업부의 적자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LG전자의 1분기 영업적자는 1360억원 수준이었지만, 2분기에 1850억원, 3분기엔 1460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내놓을수록 MC사업부의 적자 폭이 커진다는 해석도 있다.

고의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사는 4분기 MC 사업부의 적자폭을 2130억원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로는 3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G7, V40 등 플래그십 모델 출시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확대했으나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서울의 한 이동통신사 매장에 전시된 LG전자 V40. (사진=선초롱 기자)
서울의 한 이동통신사 매장에 전시된 LG전자 V40. (사진=선초롱 기자)

LG전자는 지난해 5월 ‘G7’, 10월에는 ‘V40’을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에 막혀 판매 측면에서는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LG전자 스마트폰을 일선에서 판매하고 있는 통신업계 관계자들도 “삼성전자와 애플에 비해 LG전자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들은 별로 없다”며 “지난해 출시한 LG전자의 플래그십 G7과 V40도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근 LG전자에서 V40 구매 시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도 판매량의 변동이 거의 없었다”며 “통신사와 지점별로 상이하겠지만 V40의 대략적인 판매 비중은 전체 판매량의 10%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 화웨이·샤오미 등이 급성장하면서 중저가폰 시장에서 Q시리즈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도 LG전자의 MC사업부의 적자폭을 늘리고 있다. 지난 11일 출시한 중저가 모델인 ‘Q9’에 대한 시장 반응 역시 싸늘하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된 디자인과 편의 기능 등을 갖추고 가격을 크게 낮췄음에도 판매량은 많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 역시 “Q9은 LG전자에서 작정하고 만든 보급형 스마트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양이 좋은 편에 속하는데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이외에 스마트폰 시장 성장 정체와 경기둔화 역시 MC사업부의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스마트폰이 등장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1.3% 줄어들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입지를 회복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가장 고부가 시장인 한국과 미국도 스마트폰 사양 평준화로 교체 주기가 길어지며 수요가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브랜드 이미지’ 악화

그렇다면 LG전자의 MC사업부가 왜 이렇게까지 부진을 겪고 있을까.

LG전자 스마트폰은 ‘브랜드 이미지’의 악화로 인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발 늦은 스마트폰 시장 진입으로 ‘뒤쳐졌다’는 이미지가 굳어진 탓에, 삼성과 애플의 브랜드 파워에 밀려 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지 못했다.

또한 대중성이 결여된 새로운 기술에만 집중한 점, 연이은 흥행 실패에 따른 신뢰도 하락 역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데 한몫 했다는 평가다. 

자사 스마트폰용 AP(Application Processor)가 없는 점이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있다. AP는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 단말기에서 각종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구동과 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핵심 시스템반도체로, PC의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된다. 현재 AP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제조사는 퀄컴과 삼성전자, 애플 등이다. 

과거 LG전자도 자체개발한 AP인 ‘뉴클런’ 시리즈를 보급형 스마트폰(G3 스크린)에 탑재해 상용화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다른 기업과의 기술격차로 인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사실상 개발을 중단했다. 결국 LG전자는 현재 반도체 기술력을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한 채 퀄컴 등 외부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지난 2015년 퀄컴의 스냅드래곤 810칩이 발열 논란이 있었을 당시, 삼성전자는 퀄컴 제품 대신 자사 AP인 엑시노스칩을 갤럭시S6 시리즈에 탑재해 리스크를 극복했다. 그러나 자체기술이 없었던 LG전자는 스냅드래곤 810칩보다 하위 버전인 808칩을 G4 모델에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LG전자는 “최적화된 사양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퀄컴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 따른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다. 

이런 탓에 LG전자가 AP 설계능력을 갖추지 못한 점이 향후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공지능 반도체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경쟁사들에 자체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스마트폰에 적용된 AP를 따지는 소비자들도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자체 AP가 없는 점은 향후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뉴스포스트DB)
(사진=뉴스포스트DB)

‘5G’ 구원투수 될까

올해 스마트폰 시장 축소가 예상되면서 LG전자 MC사업부 역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둔화로 LG전자의 볼륨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며 MC사업부 매출이 지난해보다 1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LG전자는 올해 상용화될 5G를 MC사업부의 반등 계기로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한 포석으로 LG전자는 TV 사업을 담당하는 권봉석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사장)을 MC사업본부장에 선임했다. 권 사장은 LG전자 가전 사업을 세계 최고의 위치로 올려놓은 인물로,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HE사업과 MC사업을 함께 맡게 됐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역시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곧 받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5G를 염두에 두고 한 말로 해석되는데, 실제로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5G 스마트폰을 국내와 미국시장에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오는 3월 세계 최초로 5G 통신서비스를 상용화하고, 미국은 4~5월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다만 5G가 당장 MC사업부의 구원투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5G 이동통신 보급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올해 안에 적자기조를 벗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5G의 개화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중요한 기회로, 초기 선진 시장에 대응 가능한 제조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뿐이다”라며 “다만 선진 시장에 5G 스마트폰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돼, 올해는 손익을 개선시킬 동력이 부족할 것”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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