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 제주지사에서 입사한지 열흘도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 극단적 선택을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족 측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LX 측은 경찰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앞서 연이은 성추행 사건으로 ‘성희롱 공사’라는 오명을 썼던 LX에서 이번 ‘직장 내 괴롭힘’까지 밝혀지게 된다면 내부 조직 문화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 LX가 경찰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신입사원의 극단적 선택, 왜?

지난 15일 JI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6시 30분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호텔에서 20대 남성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남성은 지난 2일부터 한국국토정보공사 제주지사에 무기계약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던 A씨. 경찰은 “A씨가 회사생활이 힘들어 먼저 떠나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유족 측은 A씨의 사망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입사 이후 직장 선배의 폭언으로 모욕과 멸시를 받았고, 이에 팀 변경도 요청했지만 회사 차원에 제대로 된 조치가 없었다는 것.

이와 관련해 LX 측은 17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기관을 대표에서 큰 유감이며 유족들의 비통함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LX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일 입사해 4일까지 3일간 업무를 위한 기본 교육을 받았다. 이후 7일과 8일에는 현장 측량 방법 등 업무 파악을 위해 참관만 실시했다. 해당 팀은 3명으로 이뤄지는데 이날 A씨가 참관하면서 4명이 한 조를 이뤄 근무했다. 이후 9일부터 팀장, 선임, A씨가 팀을 이뤄 실제 업무에 투입됐다. 사망 당일인 10일 A씨가 팀장에게 ‘힘들다’며 팀을 바꿔주기를 요청했고 이에 팀장은 기관장에게 보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오후 3시쯤 조기퇴근을 요청했고 신입사원 배려 차원에서 수락했다는 것이 공사 측 설명이다.

사망 원인에 ‘직장 내 괴롭힘’이 이유라는 유족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팀 변경과 관련해 방안을 논의해 볼 새도 없이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고 크게 당황스럽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모범이 되야 할 공기업, 조직문화는 꽝?

한편 이번 신입사원 사망사고로 ‘직장 내 괴롭힘’ 주장이 제기되면서 LX 조직 문화에 병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LX는 잦은 성추행, 성희롱 사건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 2017년 LX 간부 3명이 전주 본사로 실습 나온 여대생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해 내부적으로 정직 1개월의 징계와 전보조치를 받은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또한 같은 해 인천지역본부 모 지사에서도 간부가 여사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고 공사 측에서 이를 축소하려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인권위는 여성의 전체 인원의 15%밖에 되지 않는 전형적인 남성 중심의 공기업 특성 때문에 공사에 성추행이 만연한 것으로 봤다. 조직 문화의 폐쇄성을 꼬집은 것.

LX는 지난 2016년 글로벌 신뢰경영 평가기관인 GPTW인스티튜트가 실시한 ‘국민이 뽑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 공공기관 부분 1위를 차지했다. 외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LX의 내부 조직은 쩍쩍 금이 가고 있는 상황. 최근 직장갑질 행태가 만연해지며 사회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시점에서 모범이 되어야 할 공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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