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몸담은 법원...반헌법 명단 올라
기각 예상깨고 구속...시민사회계 환영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에 섰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전직 사법부 수장 출신 최초로 검찰에 구속됐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양 전 대법원장의 주장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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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이날 오전 1시 58분께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23일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명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의 혐의가 소명된 점과 사인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해 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등의 재판거래, 구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개입, 법관 사찰 및 '사법부 블랙리스트', 비자금 조성,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불법소집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를 적용했다. 개별 범죄 혐의는 40개가 넘는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의 두 번째 구속영장은 이번에도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24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법부 '엘리트 코스' 밟아

사법부의 수장에서 구속까지 양 전 대법원장은 71년 사법부 역사상 최악의 흑역사로 남게 됐다. 1948년 부산에서 출생한 양 전 대법원장은 경남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71년 제1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양 전 대법원장은 1975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부임하면서 법원에 몸담게 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정희 정권 당시 일선 판사로 부임하면서 간첩 조작 사건 및 긴급조치 위반 사건 판결에 개입하면서 유신 정권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계 및 역사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을 반헌법 행위자 주요 인물로 꼽기도 했다.

편찬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1975년부터 1977년 사이 12건의 긴급조치 재판에 배석 판사로, 1976년에는 모두 4건의 간첩 조작사건의 배석판사로 참여했다. 당시 많은 법조인이 유신 정권에 저항하는 길을 선택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이에 순응해 간첩 조작 사건과 긴급조치 위반 사건의 재판관이 됐다는 게 편찬위의 설명이다.

서울지법 판사 시절 양 전 대법원장은 재일 동포 김동휘 사건, 이원이 사건, 장영식 사건, 조득훈 사건 등에 배석판사로 참여했다. 이 가운데 장영식 사건은 대법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돼 무죄판결을 받았고, 김동휘 사건은 2012년, 이원이 사건은 2018년, 조득훈 사건은 2014년에 모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신정권이 무너진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고등법원 판사,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 실장,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장, 부산지방법원 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특허법원 법원장 등 엘리트 코스를 걸쳐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시민사회 "양승태 구속 환영"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자 시민사회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지역 4개 시민단체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사법 적폐 청산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적폐 청산뿐만 아니라 '사법농단' 피해자와 단체에 대한 명예회복과 구제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동계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청와대와 대법원 간 재판거래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번 구속 결정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공식 성명에서 "양승태 구속을 계기로 사법적폐 청산을 이제야 겨우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너무다 당연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양승태의 뻔뻔한 표정과 법원의 박병대 구속영장 청구 기각에서 청춘을 통으로 갈아 넣고도 복직을 못 한 콜트·콜텍 노동자의 짙은 주름살을, 빚만 남기고 떠나 미안하다며 세 살배기 아가에게 편지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KTX 노동자의 원혼을, 떠나버린 동료를 찾는 쌍용차 노동자의 통곡을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노동계 대표 이슈였던 콜트·콜텍 노동자 정리해고, KTX 승무원 해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재판 등이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대상이 됐다는 의혹이 있다. 노조 측은 사법농단에 관여한 법관 탄핵 및 관련 특별법 제정, 피해자 원상회복 방안 마련, 법원의 사과 및 사법 개혁 약속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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