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4일 청와대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상임위원 후보자를 임명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즉시 “2월 임시국회뿐 아니라 지금부터 모든 국회일정을 거부한다”며 드러누웠다.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은 이제 진부할 정도로 예삿일이 되어 놀랍지 않다. 문제는 시기다. 당초 여야는 지난해 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한 선거법 개정을 올해 1월 안에 마무리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은 결국 선거법 개정에 대한 논의 자체를 무산시킬 공산이 크다.

그래서 청와대가 야속하다. 현재 선거법 개정에 대한 이견은 각 정당별로 차이가 커서 개정안 통과까지는 만만찮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이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개정안에 대한 당론을 정하고 협상 준비에 들어섰다. 군소 야3당도 민주당 안과는 차이가 크지만 선거법 개정안을 정하고 협상태세에 나섰다. 이제 한국당만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당론을 정하고 이견을 조율하면 되는 시기였다.

그런데 청와대가 인사청문회도 열지 않고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니, 내심 선거법 개정을 바라지 않았던 한국당에게는 드러누울 명분이 생긴 셈이다. 울고 싶던 아이 뺨 때려준 격이다.

물론 기다릴 만큼 기다린 청와대의 입장도 있다. 국회의 인사검증을 기다리던 청와대가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 것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내린 결론일 것이다. 어떤 후보자를 내놓더라도 국회는 인사청문회 개최를 질질 끌며 시간을 잡아먹을 테고, 어렵게 청문회가 열려도 적격·부적격 보고서 채택도 ‘시간끌기’ 방법 중 하나로 사용될 것이 뻔하다. 지난해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 때도 그랬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때도 그랬다. 두 장관 후보자는 모두 청문회만 열리고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지연되다가 임명 강행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는 국회에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요청안을 지난해 12월21일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후보자 검증이라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재차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하며 다시 국회에 청문회를 요청했지만, 법정시한인 지난 19일을 넘겨서까지 청문회를 열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툭하면 누워버리는 한국당이 괘씸하더라도 그들의 협조가 없으면 제대로 된 법안 하나 통과시키는 것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협치’가 내내 강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협치는 단순히 ‘모두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그림’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하지 말자.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것처럼, 어떤 세력이 배제됐을 경우 그들이 행하는 ‘무는 일’을 방지하는 게 협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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