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Q→2018 3Q 순이익 감소폭 가장 커, 42.5% ↓ 뚝
‘M&A 전문가’, 경영데뷔는 생명보험에서
“KB금융그룹 위상에 걸맞게 자리매김할 것” 취임사 무색

[뉴스포스트=안신혜 기자] "KB금융그룹의 위상에 걸맞은 회사로 자리매김 할 것". 허정수 KB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월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취임 1년, 이제 경영 2년차에 접어든 허 사장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생보사 내 평가와 경영실적 면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M&A와 재무 전문가로, 생명보험업계 경험이 없는 그가 KB생명보험에서 경영자로 데뷔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2017년 KB생명보험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해 11월 윤 회장은 "생명보험 쪽이 취약하다는 지적에 보강하려는 바람이 있다"며 한달 뒤 허 사장을 KB생명보험 사장으로 내정했다.

KB생명보험을 살리기 위한 윤 회장의 결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러나 취임 1년 째 '허정수 호' KB생명보험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KB금융그룹이 신한금융그룹과 업계 1위 '리딩그룹' 경쟁을 하고 있지만, KB생명보험의 존재감은 1위 금융그룹 계열사라고 하기에는 초라하다. 

1960년생인 허 사장은 광주제일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90년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KB국민은행에서 재무관리 부장, 호남지역 본부장, 재무본부 본부장을 거친 후 2015년 KB손해보험 경영관리부문 부사장에 올랐고 이듬해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2017년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거친 후 지난해 1월 KB생명보험 대표이사에 올라 최고경영자로서 데뷔했다.

30년 'KB맨'인 허 사장은 지주와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은 ‘M&A’, '재무' 전문가로 통한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후 KB손해보험으로 출범시킬 때도 LIG인수후통합추진단으로 깊게 관여한 이력이 있다. 지난 2016년 KB금융지주에 현대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 이후 KB증권 출범까지 작업을 총괄했다. 

윤 회장이 KB금융그룹이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뜻을 내비친 이후 허 사장이 선임 된 것은 생명보험사 인수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생명보험업계 M&A 시장에서 KB금융지주가 대어급인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를 경쟁 금융그룹인 신한금융지주에 빼앗긴 것은 허 사장에는 뼈아픈 상황이다. 비은행권 계열사 강화에 주목해 온 신한금융지주가 바로 생명보험사인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함으로써 리딩그룹으로서 더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허정수 호 KB생명보험은 실적과 평가 면에서 모두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경영자로서는 좋은 성적표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31일 KB금융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 KB생명보험의 순이익은 134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내 순이익 비중은 0.46%에 그친다.

2018년 3분기 KB금융그룹의 순이익은 2조8692억원으로 전년동기 2조7897억원 대비 2.8%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1조79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2.9%증가했다. KB증권은 160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31.9% 증가했다. KB금융그룹 내 증가폭이 가장 크다. KB손해보험의 순이익은 281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KB국민카드는 2339억원으로 5.0% 감소했고, KB자산운용은 387억원으로 16.0% 감소, KB캐피탈은 104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5% 감소했다.

수익성지표도 악화됐다. 같은 기간 KB생명의 총자산이익률(ROA)은 0.2%로 전년동기 대비 0.1%포인트 떨어졌다.

RBC비율은 2018년 9월 206.29%로 전년동기 204.99%에서 감소했다. 2017년 9월 기준 25개 생명보험사 중 RBC비율 204.99%로 하위 8위에서 2018년 9월 24개 생명보험 사 중 RBC비율 206.29%로 하위 6번째로 낮다. 모두 생명보험사 기준을 밑도는 수치다.

 

외부에서도 평가지표가 좋지 않다. KB생명보험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27일 삼성, 교보, 한화, 미래에셋, 메트라이프, ABL,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 KB, DB, 흥국, 신한, AIA, 동양생명 14개 생명보험사 294개 점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변액보험 관련 미스터리쇼핑에서 유일하게 평균 60점 미만을 기록해 '저조' 평가를 받았다.

평가는 적합한 상품 권유, 계약해지 안내, 투자위험 및 수수료 설명 등 적합성원칙 및 상품설명의무와 관련된 11개 항목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평균 80점 이상 '양호' 등급을 받은 생보사는 삼성, 푸르덴셜, 한화, 오렌지라이프, 미래에셋, 흥국, 교보, AIA, 메트라이프생명 9개사, 평균 70점 이상으로 '보통' 등급을 받은 생보사는 신한, DB, 동양, ABL생명 4개다. KB생명만이 '저조' 등급을 받은 것. KB생명은 2017년 기준 국내 25개사 생명보험사 중 자산 기준 17위에 그친 바 있다.

KB생명은 지난 1월 2일 본부장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허 사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인구구조의 변화, 라이프스타일의 다변화는 신규시장 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기반의 마케팅과 영업모델 개발, 고객분석 기반의 상품개발 고도화를 이루겠다"고 분위기 쇄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는 신한생명의 새 대표이사로 또다른 생명보험 계열사인 오렌지라이프의 정문국 사장을 내정해 통증을 겪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하는 정 사장의 이력을 볼 때, 신한생명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이라는 것.  

마찬가지로 허 사장도 과거 이력에 주목받은 바 있다. 'M&A' 총괄 이력을 감안하면 금융지주의 생명보험사 인수와 무관하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KB금융지주의 생명보험사 인수와 관계없이 허 사장은 현재의 KB생명을 경영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KB생명보험 관계자는 "허정수 사장의 'M&A총괄'이나 '재무' 이력만으로 M&A만을 위해 KB생명보험 대표에 선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대표이사로 취임한 만큼 당연히 회사의 성장과 경영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보험업계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고도성장기에 성장한 리딩 생보사들과 경쟁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리딩그룹 KB금융지주 내 현재 위치뿐만이 아니라 여러 관점에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봐달라"고 설명했다.

허 사장은 그의 공약대로 1등 금융그룹에 맞는 계열사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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