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지심(惻隱之心)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에게 측은지심이란 오직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는 마취 없이 동물을 해부하는 등 잔혹한 동물실험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동물이 ‘쾌락이나 고통을 느낄 수 없는 기계’라고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데카르트보다 공감의 범위가 넓은 이들이 많아졌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 퇴출 붐이 일어난 것도 빨대가 콧속에 들어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이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부터였다. 이제는 ‘동물권’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오랫동안 동물들은 인간을 위해 살아왔지만 인간들이 동물을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기도 한다. <뉴스포스트>는 동물을 위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5편에 걸쳐 준비했다. 동물에게까지 측은지심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사람에게도 그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우리는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일명 ‘냥줍(길고양이를 데려와 반려동물로 삼는 일)’이 통계로 증명됐다. 그동안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길고양이가 찾아와 갑자기 반려동물이 생겼다는 내용의 ‘인증글’이 종종 올라왔는데, 실제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두고 있는 사람 5명 중 1명은 ‘냥줍’으로 고양이 양육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 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농림부는 지난해 국민의 동물보호 의식 수준과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표본 2천명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개나 고양이 등을 기르는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전체 가구의 23.7%로 국민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가구 중 개를 기르는 가구는 18%,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는 3.4%로 추정된다. 토끼, 새, 수족관동물 등을 기르는 가구는 3.7%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을 기르게 된 경로는 ‘지인에게 무료분양’ 응답이 50.2%로 절반에 달했다. 펫샵에서 구입했다는 응답은 31.3%, 지인에게 유료분양은 10.8%가 응답했다. 유기된 동물을 반려동물로 삼았다는 응답은 5.5%였는데, 특히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20.6%가 길거리에서 데려왔다고 답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10만원 미만’ 지출이 66.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개의 경우에는 월평균 9만6천원, 고양이는 6만7천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반려동물 월평균 지출은 8만6천원으로 집계됐다.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는 ‘장묘시설을 이용해 처리하겠다’는 응답니 55.7%로 가장 높았다. 주거지나 야산 등에 매립하겠다는 응답은 35.5%, 동물병원에서 처리하겠다는 응답은 8.5%로 나타났다.

한편, 동물등록제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7월 이후로 반려동물 등록제가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됐지만, 실제로 반려동물을 등록했다고 대답한 이는 50.2%였다.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이유는 ‘등록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49.7%로 가장 높았고, 등록제도를 알지 못했다는 응답이 31.4%로 뒤를 이었다. 동물등록방법 및 절차가 복잡해 동물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5.8%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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