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문재인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한 첫 번째 사업이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 허용 후 규제’ 원칙을 선포하고 “마음껏 도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자”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제공)
(사진=청와대 제공)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 육성을 위해 기존 규제를 정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면제하는 제도로,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해주거나 일시적으로 시장 출시를 허가해주는 식이다. 규제가 신사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놀이터의 모래밭(샌드박스)에서처럼 마음 놓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

지난 1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사업은 △수소충전소 도심 설치 △비의료기관 개인유전체 검사 허용 △버스 외부 LCD·LED 광고 허용 △일반콘센트로의 전기차 충전사업 등 총 4가지다.

이 사업들은 당초 각종 정부규제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먹거리’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친환경자동차 사업으로 점찍은 수소차 사업의 핵심 인프라다. 그러나 용도지역 제한과 건폐율 규제 등으로 도심 속에서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었다. 개인유전체 검사도 비의료기관은 허용항목이 12가지로 제한돼있었고, 버스광고는 옥외광고물법과 자동차관리법으로 인해 조명광고가 불가능했다. 전기차 충전사업은 ‘전기 재판매 금지’에 묶여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수소충전소는 국회와 양재, 탄천 등 도심에 설치할 수 있게 됐고, 개인유전체 검사는 기존 12가지에 13개 항목을 더해 총 25개 항목으로 유전차 검사가 가능하게 했다. 또 인천 송도 거주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2년간 실시할 수 있게 풀어줬다. 버스광고는 사업용버스에 한해 디지털 광고를 허용했다. 전기차 충전사업은 과금형 콘센트의 전력량 계량성능을 검증하는대로 시장 출시가 가능해졌다.

“논란만 반복해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당초 규제 샌드박스는 박근혜 정부의 ‘규제 프리존’과 비슷하다는 비판이 시민단체로부터 제기돼왔다. 지난해 9월 규제 샌드박스 5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이를 인가하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규제완화가 가져올 결과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낙관적 전망에만 기댄 무모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논란만 반복해서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며 규제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12일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솔직히 이번 규제 샌드박스 승인 사례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도의 사업이나 제품조차 허용되지 않아서 규제 샌드박스라는 특별한 제도가 필요했던 것인지 안타깝게 여겨졌다”면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신기술을 개발한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없고, 새로운 제품이나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관계부처를 향해서도 ‘소극행정’을 문책하고 ‘적극행정’을 장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신청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심지어 우리 기업이 수년 전에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에 외국 기업이 먼저 제품을 출시한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정부는 국민과 기업이 삶과 경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적극적인 발상으로 해소하는 문제 해결자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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