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시지가 상승률 11년 만에 가장 높아
-서울‧부산‧광주‧제주 전국 평균치 웃돌아

-업계 전문가 “임대료 상승 부담 세입자들에게 전가될 것”
-서울 중구‧서초 등 자치구 ‘공시지가 재산정’ 요구

[뉴스포스트=홍성완 기자] 정부가 발표한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 전국 평균 상승률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른 세금과 보험료 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두 자릿대 상승률을 기록한 서울 자치구들은 정부에 재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런 세부담들이 임차인에게 전가돼 장기적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번 국토부 발표에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거래절벽 현상이 시작됐고, 보유세 인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서울 13.87%↑… 강남구 23.13% 오르며 상승률 1위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 9.42%, 서울 13.87%가 상승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전국 평균은 3.4%포인트 상승했고 서울은 2배 넘게 올랐다. 

전국 평균 상승률은 2007년 12.39% 이후 한 자릿대 상승률을 유지했는데 올해에는 2008년 9.63%를 기록한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은 2007년 15.43%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은 10.37%, 인천을 제외한 광역시는 8.49%, 이 밖의 시·군은 5.47% 각각 상승했다. 

특히 서울, 부산(10.26%), 광주(10.71%), 제주(9.74)가 전국 평균치를 웃돌았다. 충남(3.79%), 인천(4.37%), 전북(4.45%), 대전(4.52%), 충북(4.75%) 등 13개 시·도는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울산의 경우 경기침체로 동구가 마이너스 0.53% 변동률을 보였지만 다른 구가 재개발사업, KTX 역세권개발 등으로 오르면서 전체 변동률은 5.40%를 기록했다.

국토부는 “최근 지가가 크게 상승, 공시지가가 저평가됐던 토지가 집중된 서울‧부산‧광주‧제주의 공시지가 변동률이 전국 평균 이상”이라며 “경기침체 지역이라도 개별적인 개발호재, 입지조건 등에 따라 시세가 상승한 경우가 있어 이를 공시지가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은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계획, 광주는 에너지밸리산업단지 조성, 부산은 주택재개발 사업 등으로 상승률이 높았다"며 "반면 충남은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 토지시장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시·군·구 기준으론 서울 강남구(23.13%)가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서울 중구(21.93%), 서울 영등포구(19.86%), 부산 중구(17.18%), 부산 부산진구(16.33%) 순으로 많이 올랐다.  

이에 반해 전북 군산(-1.13%), 울산 동구(-0.53%)는 하락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1.87%), 경남 거제시(2.01%), 충남 당진시(2.13%)도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표준지 50만 필지중 ㎡당 10만원 미만은 29만7292필지(59.4%), 1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은 12만3844필지(24.8%), 1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은 7만5758필지(15.1%), 1000만원 이상~2000만원 미만은 2234필지(0.5%), 2000만원 이상은 872필지(0.2%)다.

전년 대비 10만원 미만은 1.19%(3593필지) 감소했고 2000만원 이상은 도심 상업용지를 중심으로 49.57%(289필지) 증가했다. 

업계 “보유세 상승에 따른 세부담으로 ‘세입자’ 피해볼 것”

이에 따라 이들 고가 토지에 대한 보유세가 올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 중 고가토지에 대해 신한은행 우병탁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이 보유세 인상률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위 10곳은 대부분 보유세가 세부담 상승률 법정 상한(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올해 공시지가 산정시 표준지 전체의 0.4%에 해당하는 중심상업지, 대형 상업·업무용 건물 등에 대해 인상폭을 확대한 결과다. 이들 고가토지 약 2000필지만 따지면 올해 공시지가 상승률은 전국 평균(9.42%)을 웃도는 20.05%에 달한다.

특히 명동의 표준지 공시지가가 ㎡당 1억원 시대가 열리면서 상권에 실리는 세부담도 크게 늘 전망이다. 

서울 중구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사진=뉴시스)

전국에서 지난 2004년 이후 16년째 가장 비싼 땅인 서울 중구 명동8길 화장품 판매점 '네이처 리퍼블릭' 부지(면적 169.3㎡)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1㎡당 9130만원에서 올해 1억8300만원으로 약 2배(100.4%) 올랐다. 

소유주가 해당 토지만 보유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보유세는 지난해 6625만원에서 올해 9937만원으로 50.0%(3312만원) 증가하게 된다. 별도 부과되는 도시지역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인별 합산 등을 감안하면 실제 부과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공시지가가 2번째로 높은 서울 명동 우리은행 부지(392.4㎡)도 올해 공시지가가 ㎡당 8860만원에서 1억7750만원으로 2배(100.3%) 올라, 보유세도 지난해 1억7191만원에서 올해 2억5786만원으로 8595만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명동 유니클로 매장 부지(300.17㎡)도 올해 공시지가가 2배(㎡당 8720만→1억7450만원)로 오른다. 보유세는 지난해 1억2489만원에서 올해 1억8734만원으로 법정 상한인 6245만원만큼 상승할 예정이다. 

이어 서울 명동 토니모리 부지(71㎡)도 공시지가(㎡당 8540만→1억7100만원)가 배로 늘면서 보유세가 전년 1893만원 대비 2840만원으로 947만원 늘어난다. 명동 VDL 부지(66.4㎡)도 올해 공시지가 인상(㎡당 8360만→1억6750만원)의 여파로 보유세는 1721만원에서 2582만원으로 861만원 늘 것으로 분석됐다.
   
명동뿐 아니라 용산이나 종로구 등 상업시설 밀집 지역에서 세금 부담이 다소 증가할 전망이다. 

용산 이태원동의 상업용 토지(60.0㎡)의 경우 올해 공시지가가 지난해 ㎡당 750만원에서 812만원으로 8.3% 상승한다. 이 토지 소유주는 보유세가 89만4000원에서 98만8000원으로 10.5%(9만4000원) 인상된다. 

종로구 화동에 있는 상업용 토지(99.2㎡)도 공시지가가 798만원/㎡에서 886만원/㎡으로 11.0% 늘면서, 보유세도 175만5000원에서 197만5000원으로 12.5%(22만원) 증가한다.건강보험료의 경우 지역가입자인 경우에 한해 소폭 증가할 수도 있다. 토지가 법인재산이거나 직장가입자 또는 부양가족인 경우 변동이 없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지나친 지가 상승은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치구들이 정부에 ‘공시지가 재산정’을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우려에 ‘공시지가 재산정’ 요구하는 서울 자치구

서울 중구와 서초구 등의 지역 자치구들은 모호한 산정 기준을 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공시지가 인상폭이 지나치게 높다”며 재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성북구도 ‘공시지가 상승률이 10% 이상 오르는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를 들어 일괄적인 인하를 요구했고, 마포구도 국토부를 방문해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표준지가 상승이 임대료로 전가되거나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이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상가임대차법 등의 임차인 보호장치가 있고 상인들이 일방적으로 쫓겨나지 않도록 분쟁 해결을 지원하는 등 대책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개정한 상가임대차법은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고 매년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5%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더해 이 법 적용범위를 결정하는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 인상도 추진 중이다. 서울의 경우 6억1000만원에서 9억원으로으로 조정해 전체 임차인의 95%를 보호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또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는 4월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회(상가분쟁위)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상가분쟁위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서울중앙, 수원,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6개 지부에 오는 4월17일 각각 설치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또 상가임대료 동향 및 공실률 모니터링을 강화해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현재 한국감정원에서는 분기별 계약임대료, 임대가격지수, 투자수익률, 공실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내수경기 침체로 공실률이 높아지는 등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자영업 경기도 나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도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강남, 명동, 성수, 합정, 연남, 용산 등 상권이 번화한 곳에서는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결국 임대료가 상승하면 임대료 감당이 어려운 상인이나 업종은 퇴출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보유세 부담 전가 같은) 부작용이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시장은 국토부의 발표 이후 거래절벽 현상이 현실화되며 즉각 반응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매수문의 전화가 계속 오다가 기사가 나가고 전화 자체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2~3주 동안에는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에서는 자신만만하게 이야기 하고 있으나 어떻게든 다른 식의 꼼수가 나올 것”이라며 “임대료를 처음부터 높게 책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상공인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부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5%로 제한했어도 공시지가가 오르면 토지는 물론 건물과 상가 등 상업용 건물 소유자들의 보유세가 오르면서 그 부담은 어떤 방법으로든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표준지 공시지가 변동률 추이 (그래픽=뉴시스)
표준지 공시지가 변동률 추이 (그래픽=뉴시스)

업계 전문가 “세금폭탄 불가피”

이처럼 공시지가 상승이 임대료 인상 등으로 나타나 자영업자에게 세금 전가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토지시장 자산가치를 키워 올해 역대급 토지보상금이 풀려 가뜩이나 가격 급등 우려가 큰 수도권 토지시장에 기름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표준지 공시지가 인상은 결국 오는 5월께 발표되는 개별 공시지가에도 영향을 미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조세와 부담금 부과가 커질 전망이다.

고령의 은퇴 자산가에 대한 과세 부담 증가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정부는 전체 표준지의 99.6%인 일반토지의 올해 상승률은 7.29%로, 전년 평균(6.02%) 대비 크지 않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 증가는 직전년도 대비 50% 이내로 제한되는 등 상승폭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 등도 건보료 증가나 수급 탈락 등 영향이 있겠지만 제도 개선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우 자산이 부동산 시장에 편중되는 경향성이 높아 정부가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최근 토지 증여 상담이 크게 늘어나는 등 다주택자들이 절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면서 "공시지가 인상은 부동산 투자 수익률을 낮추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시중에 매물이 다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건보료, 기초연금 등 복지수급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정부가 추가 점검하고 편중된 고령층의 자산을 변경할 수 있도록 거래세 인하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시지가가 보상·담보·경매평가 등 각종 평가 기준으로도 활용된다는 점에서 시장 과열의 빌미를 제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미 올해 전국에 토지보상금으로 22조원 이상이 예고돼 이들 중 상당 금액이 부동산 시장에 다시 유입돼 토지가격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함 랩장은 "토지수용단계에서 사업비증가로 이어질 전망임. 토지보상금 중 30%가량은 인근 토지의 대토로 이어지기 때문에 개발지 주변은 토지보상금이 늘면 주변 토지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신태수 지존 대표도 "공시지가 인상은 토지보상금, 담보·경매가치 등으로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특히 수도권 토지시장의 경우 보유세 상승보다 자산가치 확대 성향이 클 것으로 보여 투자 수요가 더 유입돼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획부동산 등 이른바 '꾼'들이 공시지가 큰 폭 상승 자체가 투자에 유망한 것인양 호도해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 정부가 시장에 대한 감시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료 상승 우려에 정부 “보험료 변화 없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료 상승도 피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99.6%의 일반토지는 공시지가 상승폭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건강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는 60개구간의 재산보험료 등급표로 산정돼 공시가격이 인상돼도 등급이 바뀌지 않는 한 보험료의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7월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통해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 부담을 낮춰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당시 1단계 개편을 통해 재산 공제제도를 도입하고 2022년 7월 예정된 2단계 개편을 통해 재산공제액을 공시가격 8333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대신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건강보험료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제도 보완이 필요한 경우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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