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 인식 달라져...낙태율 크게 감소
9년만에 실태조사...처벌 반대 여론↑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9년 만에 정부 차원의 낙태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가임기 여성의 임신 중절률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든 가운데, 원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울러 낙태죄 폐지 여론 또한 여성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드러나 헌재 위헌 심판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4일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에서 만 15세부터 44세 여성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정부 차원이 조사는 지난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한해 인공임신중절 수술은 약 5만 건으로 추정된다. 15~44세 여성 인구 1천 명당 인공임신중절 건수, 즉 인공임신 중절률은 4.8건이다. 2010년 15.8건보다 약 70% 감소한 수치다. 첫 조사가 진행된 2005년 29.8건에 비하면 감소율은 더욱 높다.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된 주된 이유로는 학업 및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33.4%로 가장 많았다.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가 32.9%, 자녀계획에 맞지 않아서가 31.2%를 차지했다. 임신 중절 당시 미혼이 46.9%로 가장 많았지만, 법률혼도 37.9%로 적지 않다. 사실혼·동거 13%, 별거·이혼·사별 2.2% 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은 인공임신중절이 7년 사이에 70%나 감소한 원인을 피임 실천율 증가와 여성 수 감소를 꼽았다. 관계자는 "피임실천율이 증가했고, 응급 피임약 처방 건수도 늘었다"며 "여기에 만 15~44세 여성의 지속적 감소 등도 영향을 미친 거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만 15~44세 여성 중 임신을 경험한 사람 중에서 19.9%가 인공임신중절을 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인공임신 중절률이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많은 여성이 원치 않은 임신으로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성 75%, 낙태죄 반대

아울러 인공임신중절을 처벌하는 법적 조항인 일명 낙태죄에 대해서는 여성의 75.4%가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대다수 여성이 낙태를 처벌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이야기다.

낙태죄를 개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 66.2%가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이라도 답했다. 이어 낙태죄로 인공임신중절이 음지화돼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된다는 응답이 65.5%,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입장이 62.5%로 나타났다.

현재 낙태죄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으로 제기돼 위헌 여부 판단을 앞두고 있다. 오는 4월 18일 서기석, 조용호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만큼 조만간 낙태죄 위헌 여부가 나올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낙태죄가 위헌 결정을 받는다고 확언할 수 없지만, 대다수 여성이 낙태죄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가 여론을 뚫고 합헌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유남석 소장과 이은애, 이영진 재판관은 낙태죄 위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나머지 6명의 입장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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