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어당황(어차피 당대표는 황교안)이다”

오는 27일 열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 3파전으로 열리게 됐다. 오세훈 전 시장이 전대 보이콧을 철회하고 당권경쟁에 뛰어들면서 친박과 비박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지만, 당 안팎에서는 황교안 전 총리가 ‘1강’인 전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뉴시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뉴시스)

황교안 전 총리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여유로운 레이스를 달리는 상황.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메시지’로 친박세력의 지지를 얻고 있는 황 전 총리의 대세론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시아투데이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황교안 전 총리는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에서 진보·보수 진영을 통틀어 1위를 유지(21.6%)했다.

황교안이 강한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메시지’가 나온 것은 지난 7일 그의 유일한 변호사인 유영하 변호사 입을 통해서다. 유 변호사는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황 전 총리에 ‘배박(배신한 친박)’ 이미지를 덧씌웠다. 그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할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해 달라”는 요청을 묵살했고, 박 전 대통령도 황 전 총리의 면회를 거절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황 전 총리에 대한 지지층은 흔들리지 않는 모양새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메시지 이후 치러진 여론조사에서도 황 전 총리의 지지율은 오히려 소폭 올랐다(1.8%P 증가, 알앤써치 1월3째주 조사). 황 전 총리도 본격적인 전대 레이스가 시작되자 “네거티브 공세를 하지 않겠다”며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도 이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권 당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등을 맡았지만 지금까지 국회에 입성해본 적 없는 ‘정치신인’이다. 그에게 보수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합 선점

우선 강성 친박인 김진태 의원과 비박계인 오세훈 전 시장 사이에서 ‘통합 이미지’를 선점한 것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황 전 총리는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 때부터 보수대통합을 강조하며 ‘빅텐트론’을 제기했다.

지난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도 황 전 총리는 “모두가 함께 뛰는 넓고 자유로운 빅텐트를 만들겠다”며 “자유우파 진영 모두가 자유한국당의 빅텐트 안에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전 총리의 통합 이미지는 강성 보수와 범보수 층에서 지지를 얻는다는 점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황 전 총리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 폭정으로 국민의 삶이 도탄에 빠졌다. 자신만 옳다는 오만과 독선으로 법원의 판결까지 겁박하고, 철 지난 좌파 이념으로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까지 흔들고 있다”며 강성 보수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보수의 가치를 지켜온 분,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분, 기업 경영인 출신과 노동 전문가 출신, 이 모든 분들이 모여 있는 자유한국당”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오세훈 전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점에서 태극기부대 등 강성 우파들을 끌어안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실제로 오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당원 동지 여러분,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자 관객석에서는 욕설과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김진태 의원의 경우도 강성 우파 외 지지가 없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최근 김 의원은 5·18 망언 논란으로 당 윤리위원회 징계위에 회부돼 ‘제명’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 가까스로 징계위가 징계판단을 전대 이후로 보류하자 김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징계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까지 보류만 된 것”이라며 “제가 당대표가 되지 못하면 이 당에서 김진태가 쫓겨날 수도 있다”고 읍소했다.

보수의 품격

황 전 총리는 일명 ‘공안 검사’ 출신으로 스스로 통합진보당 해산을 업적으로 삼는 등 보수 후보의 배경을 완벽하게 갖춘 이다. 여기에 황 전 총리의 절제된 언어표현은 그동안 ‘품격있는 보수’를 바라던 보수 유권자의 마음을 흔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당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각종 막말과 분열 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한국당을 이끌어온 홍준표 전 대표의 경우 ‘홍카콜라’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선명하고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했다. 일각에서는 홍 전 대표로 인해 “보수가 품격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반면 황 전 총리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질문에는 확답을 피하거나 뭉뚱그려 답하는 등 각종 언행에 조심스러운 몸짓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품격있는 투쟁으로 국민 신뢰의 기둥을 높이겠다”며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사면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면은 정무적 판단이다. 국민들의 여론과 열망을 종합해 기회가 오면 판단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논란이 된 한국당 내 ‘망언 3인방’에 대한 조치도 ‘당대표가 되면 김 후보와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황 전 총리가 제대로 된 ‘현실정치’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의 이미지가 금세 무너질지 모른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검증대에 섰을 때 맷집 부족이 드러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황 전 총리는) 당 대표를 하면 수시로 24시간 들이대는데, 그런 면에서 제대로 훈련이 안 돼있다”며 “여당대표처럼 말하는데, 맹물발언으로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다. 구체적인 말을 하면 실수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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