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고은 시인이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을 상대로 낸 10억여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최영미 시인. (사진=뉴시스)
최영미 시인. (사진=뉴시스)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이날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 등을 상대로 10억 7천만 원을 청구한 소송에서 최 시인의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최 시인은 지난 2017년 발표한 시 '괴물'에서 원로 문인의 과거 성추행 행적을 고발한 바 있다. 이후 최 시인은 방송에 출연해 1990년대 고 시인이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폭로했다. 고 시인은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고, 최 시인 등을 상대로 10억여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최 시인이 구체적이면서 일관된 진술을 했고, 제보 동기와 경위 등을 따져볼 때 허위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최 시인은 판결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저는 진실을 말한 대가로 소송에 휘말렸다"며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레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며 "진실을 은폐하는데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 시인은 소송 과정에서 문단의 원로들이 외면해 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문단의 원로들이 도와주지 않아서 힘든 싸움이었다"며 "용기를 내 제보해준 사람들, 진술서를 쓰고 증거 자료를 모아 전달해준 분들의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도움을 준 여성단체 측과 변호인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한편 고 시인은 인물을 중심으로 쓴 연작 시집 '만인보' 등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 시인의 폭로 이후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직에서 사퇴했다. 고은문학관 건립 계획도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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