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과 트럼프의 영웅심리①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을 대표하는 두 ‘세계 권력’은 지난 2016년 백악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다. 평소 서로를 깎아내리며 원수처럼 지내던 이들이 만나게된 이유는 정권 인수인계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경고’를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특이한 대북 접근방식이 굳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지난 2016년 미 대선 직후 이들은 정권 인수인계를 위해 처음 만났다. (사진=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 지난 2016년 미 대선 직후 이들은 정권 인수인계를 위해 처음 만났다. (사진=AP/뉴시스)

미국의 북한전문지 38노스 조엘 위트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바마·트럼프 행정부의 관료 150여명과 인터뷰한 결과,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지난 2016년 인수인계위원회 시절 오바마 대통령과 단 한번 만난 것이 굉장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위트 대표는 “오바마는 트럼프에 오는 2020년 사이에 반드시 해결해야할 일로 북핵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핵개발에) 기술적 한계를 갖고 있지만, 곧 이 한계를 넘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경고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5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연설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말하기는 싫지만, 그는 북한과 전쟁 직전까지 갔다”고 폭탄발언을 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미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오바마를 만나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더 이상 로켓 발사는 없고, 미사일 발사도 없으며, 핵실험 역시 없다. (북한과) 아주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 이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전례 없는 일”이라고 자랑했다.

오바마 행정부 관료들은 트럼프의 주장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한과 전쟁을 벌이려 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지만, 그가 트럼프에 ‘경고’를 한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의 존 브레넌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압력에도 불구하고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왔다”며 ”그래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이 문제의 복잡성과 함께 아니라 심각성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의 경고는 생각보다 효과가 훨씬 좋았다는 게 위트 대표의 설명이다. 트럼프는 과거 정부가 남겨놓은 ‘난장판’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나고 짜증난 상태로 인수위 회의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가 미국 주류의 대북정책을 불신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위트 대표는 “트럼프는 클린턴과 부시, 오바마에 이은 ‘엉망진창인 상태’를 자신이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8노스 조엘 위트 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38노스 조엘 위트 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결국 트럼프의 기존 미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과 ‘내가 해결한다’는 일종의 영웅심리는 그가 기이한 대북정책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 김정은 위원장과 “늙다리 미치광이” “꼬마 로켓맨” 등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긴장을 극대화하다가 2018년을 기점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여는 엄청난 온도차를 보였다. 이런 행보는 기존의 미국 외교정책을 완전히 떠난 것이었는데, 트럼프는 북한문제 해결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급격한 대북압박과 외교적 정책 등 극단적인 방식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극단적 대북정책이 다시 ‘최대한의 압박’으로 전환될 수도 있을까. 위트 대표는 “트럼프는 어떻게든 (북한문제 해결 방법으로) 정상회담과 외교적 절차를 밀고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강력한 동기는 ‘노벨상’이라는 게 위트 대표의 주장이다.

위트 대표는 “트럼프는 어떤 대통령보다 북한 핵위협을 종식시키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노벨상 수상 기회를 노린다는 해석이 정석”이라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에 요청에 자신을 노벨상 후보에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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