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자유한국당의 극우화 현상이 점입가경이다. 최근 일부 의원들의 5·18폄훼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태극기 부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막말을 쏟아냈다. 급기야 지난 19일 전대 TV토론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부당한 결정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전날(18일)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는 한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이냐”고 발언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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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당에서 도가 넘는 발언이 쏟아지는 이유는 그들의 핵심 지지층인 극우세력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극렬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 8천여명은 집단으로 한국당 입당 원서를 낸 바 있다. 한국당 선거인단은 약 37만8천여명이기 때문에 이들의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투표 참여 가능성이 높은 일명 ‘태극기 부대’의 마음을 얻으면 그만큼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또 태극기 부대의 큰 목소리는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범보수층 지지를 노리는 오세훈 후보는 14일 지난 대전 첫 합동연설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날 관객석에서는 욕설과 야유가 쏟아졌다. 1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자 극렬 지지층들은 큰 소리로 야유를 보냈다. 결국 김병준 위원장이 “조용히 해달라”고 고성을 지를 정도였다.

최근 ‘탄핵 금메달’ 발언으로 입씨름을 벌인 김무성 의원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사건도 한국당 내 의원들이 태극기 세력의 눈치를 얼마나 보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지난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새누리당 당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이 탄핵표를 모아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무성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더 이상 동료 국회의원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고 그 가벼운 입을 그만 다물기 바란다”며 “탄핵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철학과 양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적극 반박했다.

이에 박지원 의원은 “저는 선의가 김무성 대표에게 피해로 나타났다고 하면 제가 그 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도 “한국당 전당대회장에서 급진 우경화 된 일부에서 김무성 대표를 공격했다, 그래서 굉장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지금 한국당이 급진 우경화되고 있고 박근혜당으로 다시 가고 있는 입증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당 내 극우세력의 과격한 목소리에 비판이 쏟아지자 자중해야한다는 내부 의견도 나온다. 김무성 의원은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 우리 당이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당 황영철 의원도 “그런 (극단적) 발언들이 우리 당에서 먹힐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현재 진행되는) 상황들, 그런 것들이 저는 굉장히 우려된다”고 했다.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김진태 후보조차 입장문을 내고 “연설회장에서 야유 등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저도 마음이 불편하다. 앞으로는 보다 품격 있는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런 목소리에 태극기부대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21일 부산에서 열린 전대 3차 합동연설회에서는 이전 연설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행사 시작 전에는 사회자가 “조금씩 배려하자. 품격을 유지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여러 차례 전했다. 김병준 위원장 역시 “야유가 나올 때마다 박수 소리로 야유를 덮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연설회에도 ‘태극기 부대’ 입맛에 맞는 연설은 여전했다. 황교안 당대표 후보는 “부산, 울산, 경남 경제를 망친 주범, 바로 문재인 대통령 아닌가”라며 “우리 경제를 일으키고 안보를 지키려면, 내년 총선, 반드시 압승해야 한다. 저 황교안이 반드시 해내겠다”고 말했다. 앞선 연설회에서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사려깊지 못하고 과격한 언행으로 당 축제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문재인 사회주의 정책이 대한민국을 베네수엘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선교 전당대회 의장도 “우리당 청년 후보가 문재인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문 대통령은 그 스스로 탄핵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고 김준교 의원을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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