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한 숙련도와 종합적 전문성은 구분되어야
- 시스템적 사고 능력이 ‘구루’(guru)를 만들어
- 상상의 힘에 구상력이 뒷받침 될 때 창의력 돼

이인권 예술경영 컨설턴트 /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이인권 예술경영 컨설턴트 /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 = 이인권] 버나드 쇼는 ‘상상력은 창조력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런데 상상력을 예술의 기반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기업의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상상력이 무한대일수록 유익할 때도 있고 그것이 한계를 가질 때도 있다.

문학 작품을 쓰거나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상상력은 무한정일수록 좋다. 문학가나 예술가는 자신들이 상상해낸 세계를 실상의 매체나 행위로 담아내면 된다. 그래서 때로는 그들의 작품들이 현실의 감각이나 인지능력으로는 쉽게 수용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고도의 픽션으로 받아들인다. 아니면 초현실주의나 아방가르드(전위예술)와 같은 장르로 설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이나 일반 조직에서의 상상력은 다르다. 그것이 합리적인 실행에 옮겨졌을 때에만 가치가 있다.

우리는 흔히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그것은 거침없는 생각과 무한한 상상의 발로로서 얼마든지 많이 생각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의 여러 가지 조건과 여건에 부합하여 생산성 있는 결과물로 작업이 될 수 있을 때만이 효과를 낸다. 대문호였던 빅토르 위고도 “때를 만난 아이디어보다도 더 강한 것은 없다‘고 했다.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로 그치는 경우는 의미가 없다. 예술작품의 세계가 아닌 엄정한 조직 현실에서는 명확하고, 구체적이고, 현시적인 결과로 이끌어낸 결실이 있을 때 그 아이디어는 생명력이 있다. 그래서 마트 트웨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는 구체적으로 성공하기 전까지는 괴짜 생각일 뿐이다”라고 했다.

◇ ‘숙련가’와 ‘전문가’는 엄연히 구분 된다

아이디어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식과 정보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분야에서 주어진 일의 반복을 통해 기능으로 이루어지는 숙련가가 아니라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전문성을 갖췄을 때 막연한 상상은 창조력으로 발휘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시자인 빌 게이츠는 “우수한 기술력 기반에서 크리에이터의 창조력, 파트너십, 그리고 미래 비전이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사실 단순한 ‘숙련가’(practitioner)와 종합적인 ‘전문가’(expert)는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이 두 가지를 혼동하고 있다. 자기 분야의 업무를 체험해 익숙하게 되면 모두 전문가로 일컫는 경향이 있다. 사람은 단순한 기능이든 고도의 작업이든 반복 훈련을 통해 누구나 쉽게 숙련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더해 융복합적인 사고 능력을 체득해야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10년 법칙'(The 10-Year Rule)이라는 것이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대학교의 앤더스 에릭슨 박사가 인간의 두뇌 연구를 선도하면서 인간의 습관과 관련해 창안해낸 개념이다. 이는 ‘어떤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와 성취에 도달하려면 최소 10년 정도는 집중적인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최소 10년’이라는 단위에 주목해야 한다. 어떤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연륜과 경륜을 쌓아야 한다. 실제로 하버드대 교육심리학과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창조적 대가들을 연구하여 내린 결론이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에 정통하는 데에는 역시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최소한 10년 정도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 바탕 위에 자신의 영역에서 의미 있는 도약과 큰 업적을 이룰 수가 있었다.

◇ 시스템적 사고방식이 ‘구루’를 만든다

전문가가 되기에 앞서 먼저 숙련가가 되려면 주어진 일에 지속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매진함으로써 한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숙련도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한 기능이나 작업에 숙련되었다 해서 모두 전문가라 할 수는 없다. 전문가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한 분야의 베테랑이나 권위자가 된다. 달리 말해 그 분야의 ‘구루’(guru)가 된다.

구루가 되면 자신의 분야를 더욱 더 훤히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직관력을 소유하게 되어 완성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구루는 일반 전문가가 해결할 수 없는 매우 어려운 복잡한 문제도 해결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구루는 시스템적 사고(systems thinking)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적 사고는 복잡한 문제나 상황을 단선적으로 보지 않고 그 문제나 상황의 저변에 깔려있는 구조나 역학관계에서부터 본질적으로 접근해 나간다. 이러한 시스템적 사고는 당연히 시스템적 행동이 뒤따를 때 진가가 있다.

아무리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잘 짜여진 계획이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실행에 옮겨지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이다. 이 꿰는 작업의 마인드세트가 구상력이요 나아가 실행력이다. 막연한 상상력과 추상력만으로는 결실을 이룰 수 없다.

◇ 상상력 바탕 구상력은 첨예한 경쟁에 필수

그래서 일본의 저명한 컨설턴트이자 21세기 글로벌 경쟁전략가인 오마에 겐이치는 구상력(構想力)이 첨예한 글로벌 경쟁에 돌입한 21세기에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겐이치는 미국의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20여 년 동안 일하면서 세계 일류 기업들의 경영성과를 개선해 유명해진 인사다.

그는 국가의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혁신이란 관료적인 정체(停滯) 조직 풍토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유연성 있는 체계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구상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전체적인 사고능력’과 ‘새로운 것을 발상하고 실행해 나가는 능력’이다. 구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찾아내 실현해나가는 집념이 중요하다. 전문가란 바로 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구체화시키는 구상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막연하고 모호한 관념을 보다 객관적으로 구체화시킬 수 있는 실천적 능력의 소유자인 것이다. 다시 말해 상상의 힘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구상력이 뒷받침 될 때에야 그것이 진정한 창의력이 되는 것이다.

 

이 인 권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13년 동안 역임했다.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경영 리더십> <석세스 패러다임>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14권을 저술했으며 칼럼니스트와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경영 미디어 컨설팅 대표로 있다.

이 인 권 예술경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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