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북한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민생과 관련한 제재 5가지 해제를 요구했을 뿐, 모든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완전한 제재해제를 원했다’는 내용과는 다르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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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자정이 넘은 시각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측 제안의 핵심을 “미국이 UN 제재 일부, 즉 민수경제와 특히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이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알렸다.

특히 리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UN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제재 5건 살펴보니…초강력 ‘경제재제’ 집중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에 가해진 UN제재는 안보리 결의 2270호·2321호·2356호·2371호·2375호·2397호 등 총 6건이다. 이중 고려은행 등 기관 4곳과 개인 14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안보리결의 2356호를 제외하면 나머지 제재는 북한산 석탄 수출금지 등 산업 전반에 관한 제재다. 즉,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경제재제 해제’의 핵심이 담긴 조항이 셈이다.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지난 2016년 3월 채택됐다. 2270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어떤 형태의 기술협력을 금지하는 등 내용이다. 여기에 리 외무상이 주장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을 살펴보면 북한산 석탄, 철, 철광의 수츨이나 공급을 금지했다. 북한산 금과 바나듐광, 티타늄광, 희토류 등 수출도 전면 금지됐다.

2321호는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지난 2016년 12월 채택됐다. 북한산 석탄 수출액의 상한선을 두고 제한했고, 북한산 은, 동, 아연, 니켈을 수출금지 광물 품목에 추가했다. 동상 등 조형물의 공급과 판매, 이전도 금지됐다. 북한 주민들이 유엔 회원국에 선박이나 승무원 등으로 취직하는 길도 막았다.

2371호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지난 2017년 8월 채택됐다. 북한산 석탄과 철, 철광석의 수출을 ‘전면 금지’해 기존 제재를 완전히 틀어막았다. 북한산 납, 납광석, 해산물을 수출금지 품목에 포함하고 북한과의 합작사업 루트도 막았다. 북한의 해외노동자 고용도 제한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지난 2017년 9월 채택된 2375호는 정유제품과 원유, LNG 등 유류 공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했다. 북한의 해외노동자 신규 허가를 금지하고 기존 북한과의 합작사업체를 ‘전면 폐쇄’하도록 했다.

2397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지난 2017년 12월 채택됐다. 안보리 결의 2371호에서 제한한 정유제품 공급제한을 연간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감축했고, 원유공급 상한선도 연 400만 배럴로 명시했다. 북한에 파견된 해외노동자들도 2년 내 송환하도록 했다. 이 밖에 산업기계, 운송수단, 철강 등 각종 금속류의 대북 수출을 차단하고 기존 수출금지 품목에 식용유, 농산품, 기계류, 전자기기, 토석류, 목재류, 선박 등이 추가됐다.

북한이 해당 안보리 제재의 어떤 조항을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안보리제재는 무기수출을 통제하거나 개인·기관의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등의 수준이었다. 2016~2017년 사이 채택된 북한 제재항목은 북한의 수출품목을 옥죄는 초강력 제재 등이 집중됐다.

한편, 리용호 외무상은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가지를 더 해야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이번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렸다.

최선희 부상은 “우리 국무위워장 동지께서 미국에서 하는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서 이해하기 힘들어 하지 않으시겠는가, 이해가 잘 가지 않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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