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성완 기자] 남자와 여자, 호남과 경남, 최저임금으로 대립하는 소상공인과 정부, 그리고 택시기사들의 시위.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갈등들을 접하며 든 생각은 ‘이들이 싸워야 할 타깃’을 제대로 설정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 이들은 왜 서로를 공격하고 있는가?

요즘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남녀갈등이다. 젊은세대로 갈수록 남녀가 프레임을 씌우며 대립하는 양상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리천장, 육아휴직 등 직장에서의 문제도 남녀 간의 갈등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는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개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기업문화는 남성들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문제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 시대에 들어서도 이런 남성 중심적인 기업문화는 큰 개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그 시작은 검찰 내부에서 이 문제가 조용히 덮어지길 바라며 감추려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서 검사는 무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이 속한 검찰 조직 내에서 일이 해결되지 않자 언론에 이를 폭로하기에 이른다. 이는 남성중심적이고 폐쇄적인 검찰 조직 문화가 만들어 낸 비극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변 지인들은 “지금의 가부장적인 제도와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를 만든 남성들이 함께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페미니즘’에서는 ‘남성 역시 해방 되어야 할 존재’라고 인식한다. 남성들 역시 기존 문화에 따라 더 희생하도록 강요당하고 상대적으로 더 큰 의무와 책임을 강제당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남녀프레임이 아닌 기업문화 자체에 초점을 맞춰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우리는 서로 대립하고 극단적인 분노를 표출하면서 남녀갈등이 정치적 이슈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남녀 문제에서 빠지지 않는 ‘경력단절’ 역시 마찬가지다. '경력단절'은 대부분 여성에게만 통용된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육아는 여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여전히 일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육아휴직을 남녀가 동등하게 쓰도록 정치권에 관련 법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이를 지키도록 해야 근본적인 의식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서로 공격할 대상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며 ‘차별은 철폐하고 차이는 인정’하면서 함께 기업문화를 바꿔가야 하는 ‘아군’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 당신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진짜 존재는 누구?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는 택시기사들도 마찬가지다.

택시기사들은 카풀서비스에 반발하며 카카오와 정부‧여당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 때 택시회사에서 일해 본 경험에 비춰볼 때 택시노조가 먼저 싸워야 할 상대는 바로 택시회사와 택시운송사업조합이다.

택시요금이 오르면 택시기사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사납금이 오르며 택시회사의 배만 불려주는 상황이 반복된다. 실제로 8년여 전 내 자신이 한 때 몸담았던 택시회사의 대표는 현금으로 들어온 사납금들 중 일부를 자신의 금고에 따로 쌓아두는 모습을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게 택시회사에서는 보편화 돼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택시회사 대표들은 회사가 힘들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그 비교 기준이 기가 차다. 한창 경기가 좋았던 ‘IMF 사태’ 이전 시절과 비교하면서 ‘예전에 비해 많이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자신들만의 이익은 계속 챙기면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택시기사들은 카풀을 반대하는 목소리만 내고 있다. 충분히 생존권에 위협이 될 수 있기에 한편으론 이해가 된다. 하지만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자신의 배만 불리는 택시회사 대표들과 싸워야 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닐까?

호남과 영남의 지역갈등은 설명할 가치조차 없을 만큼 이제 너무나 오래된 병폐다. 정당이 아니라 일 잘하는 국회의원과 일 못하는 국회의원들은 구분해 그 책임을 함께 물어야 할 사람들이 서로를 헐뜯고 욕하기 바쁘다.

오히려 힘을 합쳐서 그들을 감시해야 할 사람들이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정치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며 그들의 배를 불려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정부와 대치하는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소상공인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분명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하나의 요인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대부분 이 보다 더 이들을 힘들 게 하는 것은 바로 임대료다. 

그렇다고 정부가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보다 임대료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세입자와 무조건 ‘갑’의 입장에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임대업자 사이에 조율할 수 있는 제도를 우선 확립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부와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나서 싸워주고 있는, 어찌 보면 우리들 스스로가 그들의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드는가?

당신들이 지금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적군인가 아군인가? 이 순간 사람들에게 인터넷 상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을 외쳐보고 싶다.

‘사격중지! 사격중지! 아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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