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달 결렬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깜짝 등장’한 이가 있다. 바로 미국 내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그동안 북한과의 협상에서 2선으로 물러나있던 볼턴은 2차 북미회담 결렬 이후 적극적으로 북한 관련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트럼프 임기 초기 대북정책에 깊숙이 관여해오던 볼턴은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관련 발언을 자제해왔다. 대신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등장해 미국의 대북정책은 ‘선 비핵화 후 조치’라는 기조가 점차 ‘단계적 조치’라는 기조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볼턴이 갑자기 ‘안 보이는’ 이유를 두고 ‘볼턴이 북한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발언을 자제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도 무색하게 볼턴 보좌관은 2차 북미회담 자리에 등장했다.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됐다. 볼턴은 워싱턴으로 복귀한 직후 미 CNN 등 세 곳의 방송사에 당시 상황을 상세히 밝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요구한 ‘빅딜’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볼턴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 즉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글과 영어로 된 문서를 건넸다”면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제한적 폐기와 그 대가로 상당한 제재 해제를 원했다”고 말했다. 또 CBS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를 포기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면, 경제적 발전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볼턴이 꺼내든 ‘빅딜 문서’는 북한과 미국이 사전 실무협상에서 다루지 않은 의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사전협의가 되지 않은 ‘새로운 안건’을 볼턴이 들고 나왔고, 당황한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볼턴이 ‘악역’이 돼 의도적으로 2차 북미회담을 결렬시켰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만들어낸 것(합의)인데 자신들이 만들고 깨는 식으로 할 수 없으니 볼턴에게 악역을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용병술’을 써서 회담을 결렬시켰다는 것. 정세현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 결렬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뉴스가 ‘헤드라인’에 밀린 것에 화가 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혹과 관련한) 마이클 코언 청문회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이 업셋(upset)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결렬의 책임을 마이클 코언 청문회에 돌린 바 있다.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은 북한과의 아주 중요한 핵 정상회담과 동시에 공개 청문회를 열어, 유죄를 선고받은 거짓말쟁이이자 사기꾼인 코언을 인터뷰함으로써 미국 정치에서 새로운 저점을 찍었다”며 “이것이 (내가) 걸어나온 것에 기여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세현 전 장관 “확대정상회담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보니 난데없이 볼턴이 앉아있었다. (볼턴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라며 “(미국이) 볼턴을 시켜 문턱을 높이니, 북한도 제재 해제를 세게 해달라고 했을 것이다. 서로 문턱을 올리다가 거기서 더이상 못 나간 것이다. 밤사이에 이뤄진 의도된 노딜, 결렬이었다”고 해석했다.

정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북미회담은 이미 전부 합의서가 나온 상태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첫날 단독회담을 한 후 “둘이서 한 얘기를 문서로 만들면 돈 내고 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이미 합의가 다 됐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주장이다.

정 전 장관은 북미회담이 곧 다시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론에 대해 “특사까지 갈 것은 없고, 지난해 5월 26일처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미팅’을 하는 방법이 있다.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나눈 대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절충하고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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