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위하여④] '나를 버리지 마요'...몽마르트 공원의 토끼들
[동물을위하여④] '나를 버리지 마요'...몽마르트 공원의 토끼들
  • 이별님 기자
  • 승인 2019.03.08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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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몽마르트 공원...버려진 유기 토끼들
개체수 조절 작업 진행...시민단체 노력 有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에게 측은지심이란 오직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는 마취 없이 동물을 해부하는 등 잔혹한 동물실험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동물이 ‘쾌락이나 고통을 느낄 수 없는 기계’라고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데카르트보다 공감의 범위가 넓은 이들이 많아졌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 퇴출 붐이 일어난 것도 빨대가 콧속에 들어가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이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부터였다. 이제는 ‘동물권’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오랫동안 동물들은 인간을 위해 살아왔지만 인간들이 동물을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기도 한다. <뉴스포스트>는 동물을 위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5편에 걸쳐 준비했다. 동물에게까지 측은지심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사람에게도 그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우리는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서울 서초구의 몽마르트 공원의 또 다른 이름은 '토끼 공원'이다. 이곳에는 30마리가 넘는 토끼들이 서식하고 있다. 수십 마리의 토끼들은 이곳을 서초구의 명소로 만들었다. 이들 토끼는 어쩌다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오게 됐을까. 평범한 도심 공원을 '토끼 공원'으로 만든 것은 인간의 이기심과 무책임함이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서 한 시민이 산책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서 한 시민이 산책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일대에는 '몽마르트 공원'이 있다. 서초구에 따르면 이곳은 원래 아까시 나무가 있던 야산이었으나 지난 2000년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와 서초구가 협의해 조성한 공원이다.

공원 인근 서래마을에 프랑스인들이 많이 살았던 탓에 마을 진입로는 '몽마르트 길'로 불렸다. 서초구에 위치한 공원이 프랑스 파리 북부 지역 몽마르트로 명명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몽마르트 공원은 서초구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몽마르트 공원이 유명해진 이유는 단순히 이름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이 명성을 얻게된 이유는 공원 내 서식하고 있는 수십 마리의 토끼들이다. 강남 한복판에 수십 마리의 토끼들을 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몽마르트 공원은 '토끼 공원'이란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본지가 이달 6일 몽마르트 공원을 방문했을 때에도 토끼들을 도처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날 공원에서 1시간 동안 본 토끼는 대략 7~8마리 정도였다. 검은색과 점박이, 잿빛, 흰색 등 토끼의 모색은 다양했다. 나뭇가지 사이에 있는 토끼들 주변으로 토끼굴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서 유기 토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서 유기 토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버려진 토끼들

서초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구청이 파악한 몽마르트 공원 내 토끼 개체 수는 30마리가 조금 넘는다. 공원에 토끼가 서식하기 시작한 건 2010년 최초로 토끼가 유기된 이후였다.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는 토끼 특성에 따라 공원 내 개체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토끼 개체 수가 증가한 것은 번식력 때문 만이 아니다. 공원에 토끼가 많이 서식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이곳에 기르던 토끼를 유기하기 시작했다. 공원 내에서도 토끼를 유기하지 말라는 경고가 담긴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서초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공원에 있는 토끼들은 모두 유기 동물"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몽마르트 공원 내 토끼들은 야생 토끼와는 달리 사람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본지 취재진이 다가갈 때 피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인도에 있는 취재진을 향해 다가오기도 했다. 이곳의 토끼들이 사람 손을 탄 반려동물이었음을 추측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서 유기 토끼 한 마리가 취재진을 향해 인도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서 유기 토끼 한 마리가 취재진을 향해 인도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해당 관계자는 "동물 보호 단체와 협력해 공원 내 토끼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며 "현재 공원에 남아있는 토끼들은 모두 중성화 수술을 마친 개체"라고 전했다. 지속적인 중성화 수술과 자연 감소, 시민 분양 등을 통해 현재 공원 내 토끼 개체 수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지만, 토끼를 유기하는 몰지각한 사람들은 여전히 있는 모양새다. 관계자는 "공원 내 토끼 개체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유기를 막는 게 서초구의 목표다"라며 "현재 공원에 CCTV를 추가로 4대 더 설치해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서초구는 중성화 수술을 한 토끼의 이마에 봉숭아 물을 들여 표시해두었다. 이마에 봉숭아 물이 들지 않은 토끼가 발견될 경우 서초구 차원에서 CCTV를 확인해 토끼를 유기한 사람을 적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토끼 유기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서 유기 토끼 한 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서 유기 토끼 한 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남은 토끼들은?

서초구의 최종 목표는 중성화 수술과 자연감소, 토끼 유기 단속 등을 통해 공원 내 유기 토끼의 개체 수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토끼들의 수명이 남아있는 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동물 보호 단체 측은 서초구에 몽마르트 공원 토끼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몽마르트 공원의 토끼들은 공원 곳곳에 있는 '토끼 급식소'를 통해 제공되는 먹이와 식수로 살아간다. 본지가 확인해본 결과 공원 곳곳에 나무 상자로 된 토끼 급식소가 있었다. 동물 보호 단체의 노력으로 서초구가 이곳에 토끼 급식소를 마련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사료나 생채소 등을 급식소에 공급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 마련된 토끼 급식소 근처에 유기 토끼 한 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 마련된 토끼 급식소 근처에 유기 토끼 한 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이곳의 토끼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동물 보호 단체 소속 회원 등 시민 봉사자들의 힘이 컸다. 토끼 중성화 수술과 급식소 마련 등의 조치는 이들이 서초구에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관계자들은 "공원 내의 토끼들을 보호하는 데 자발적인 시민 봉사자들의 도움이 크다"라고 전했다. 시민 봉사자들로부터 죽은 토끼의 사체나 배설물 등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들의 노력만으로는 공원에 위태롭게 방치된 생명들을 보호할 수 없다. 동물 보호 단체의 노력과 서초구 차원의 조치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인간의 무책임함과 이기심을 반성해야할 때이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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