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최근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확대와 주주환원정책 강화가 맞물리면서 상장사들의 배당 정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주당 배당금에 차이를 두는 차등 배당을 결정하거나, 무배당 정책을 이어오던 기업들이 신규 배당을 선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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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 배당을 결정한 기업 중에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40%를 넘는 곳들이 많다. 이들은 배당률이 높아질 경우 보유한 주식이 많은 대주주에게 많은 배당금이 돌아가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라는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중 대표적인 차등 배당 기업으로 오리온홀딩스가 꼽힌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2018년에 이어 올해 역시 대주주 210원, 기타일반주주 650원 등 차등 배당을 결정했다. 

이같은 변화에는 지난 2017년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지주사 오리온홀딩스의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급격히 높아진 점이 크게 작용했다. 오너일가 지분률이 60%를 넘어서며 ‘오너일가 고배당’ 지적이 나올 수 있게 되자 선제적으로 차등 배당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오리온홀딩스 지분 32.63%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고, 담철곤 회장이 28.83% 지분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오리온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차등 배당의 형태로는 최대주주가 아예 배당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종합주방용품기업 삼광글라스는 지난 2017년 창사이래 첫 영업손실(17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275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키웠다. 다만 매출은 3468억원으로 전년대비 8.4% 늘었다.

2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에 빠진 삼광글라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차등 배당을 결정했다. 일반주주 주식 260만주에 배당액은 750원이다. 반면 전체 주식의 45.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이복영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배당을 받지 않는다. 

이와 관련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은 “회사를 믿고 버텨주는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이번 차등 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무배당 원칙을 고수해오던 기업들이 올해 신규 배당을 실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올해 2705억원의 현금배당을, 한국가스공사도 1192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또 IBK기업은행이 14년 만에 차등 배당을 결정했고, 에이스침대·농우바이오·캐스텍코리아 등도 올해 처음으로 차등 배당을 실시한다.

이같이 주요 상장사들의 차등 배당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회사내 현금 유출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주주의 이익·권리를 보장하는 배당 정책을 통해 여론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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