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렉스턴·티볼리·코란도 엄브렐러 브랜드 유지기조
- 해외인지도 개선과 국제정세가 관건
- 쌍용차, ‘작업복 소중함’ 잊지 않고 ‘BMW 미니’ 벤치마킹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쌍용자동차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좀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 2008년 이후 2018년에 이르는 10여년의 기간 동안 티볼리가 활약했던 2016년을 빼놓고는 쌍용자동차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그래픽=이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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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는 SUV 시장 맞춤형 전략을 내세워 내수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수출이 회복되지 않는 한 마이너스 성적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중론이다.

수출회복을 위해 쌍용자동차는 BMW의 ‘미니’ 등을 벤치마킹해 해외시장에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겠다는 복안이다.
 

▲ 쌍용자동차 ‘RV 특화’ 이후 내수↑ 수출↓

쌍용자동차는 티볼리와 렉스턴, 코란도 등 RV 중심의 ‘엄브렐러 브랜드’ 전략을 밀고 나가고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SUV와 SUT 시장을 노린다는 속셈이다.

RV에 집중한다는 쌍용자동차의 전략 아래, 지난 1999년 출시해 일명 ‘회장님 차’로 불리던 쌍용자동차의 ‘체어맨H’와 ‘체어맨W’ 시리즈는 각각 2014년과 2018년 단종을 맞게 된다.
 

(그래픽=이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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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은 쌍용자동차의 전략에 곧바로 반응했다. 2014년 쌍용자동차의 내수시장 판매 대수는 6만9,036대였지만, ‘체어맨H’가 단종된 다음해인 2015년 쌍용자동차의 국내시장 판매는 9만9,664대로 44% 이상 증가한 것이다.

차종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내수시장에서는 2015년 티볼리가 4만5,021대 팔리며 쌍용자동차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2015년 내수시장은 티볼리뿐만 아니라, 코란도스포츠와 코란도C 등이 각각 2만5,905대와 1만5,677대 등이 팔렸다. 티볼리 이외의 제품군도 꾸준히 판매됐다. 이를 기반으로 쌍용자동차는 2016년 영업이익 279억원, 당기순이익 581억원 등으로 잠시 적자를 벗어났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에 수출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4년 7만847대였던 수출량이 2015년에는 5만2,200대로, 2018년에는 3만2,855대로 준 것이다. 2014년 이후 2018년까지 쌍용자동차의 수출량은 53% 이상 급감했다.

쌍용자동차의 RV시장 집중공략에도 해외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이었다. 2015년 국내시장에서 4만5천대가 넘게 팔린 티볼리의 경우 해외소비자들은 1만8,672대만을 구입했다. 2014년 해외시장에 3만7,863대가 수출됐던 코란도C의 판매량의 경우, 다음해인 2015년에 9,421대가 팔리며 1년만에 75%가 줄어 반토막도 남지 않았다.

쌍용자동차의 RV시장 집중전략이 해외시장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상황.
 

(그래픽=이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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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1997년 출시된 대형세단 세그먼트인 체어맨을 유지하려면 7-8천억원 정도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세단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쌍용자동차는 체어맨을 단종하는 결정을 한 것”이라며 “수출실적이 하락한 것은 수출시장에서 영향력이 거의 없던 체어맨 세그먼트의 단종보다는 국제정세의 영향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쌍용자동차의 수출판매는 매해 7만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본격적인 서방제재가 시작된 2015년 쌍용자동차의 수출판매량은 36% 급감했다. 쌍용자동차에 연간 2-3만대 정도의 판매고를 올려줬던 러시아 시장이란 파이가 고스란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또,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국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수입 완성차에 대한 관세를 올렸고, 중국도 22% 이상 관세를 매겼다”며, “거기에 미국이 핵협정을 이유로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쌍용자동차의 큰 시장이었던 이란 수출길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쌍용자동차는 완성차 시장에 대한 중국의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중국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우리나라와 중국의 사드문제 여파로 중국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 쌍용차, 지난해 적자폭 상승에 ‘판촉비’와 ‘투자비’

자동차업계는 쌍용자동차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적자를 탈피하고 실적을 반등하기 위해선 수출량 회복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쌍용자동차의 RV 집중전략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월 쌍용자동차는 ‘렉스턴 스포츠 칸’을 선보인 뒤 2월에는 ‘뷰:티풀 코란도’를 연달아 출시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쌍용자동차의 이 같은 행보를 렉스턴과 티볼리, 코란도 등 엄브렐러 브랜드 전략에 집중하는 기존 항로를 유지하겠다는 기조로 보고 있다.

쌍용자동차 관계자도 “티볼리와 렉스턴, 코란도 등을 중심으로 엄브렐러 브랜드 전략기조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며, “최근 출시된 뷰:티풀 코란도 또한 코란도C의 풀모델체인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RV시장을 공략하는 쌍용자동차의 지난해 3분기까지 적자폭이 2017년 3분기에 비해 오히려 더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2018년 3분기까지 쌍용자동차의 누적 영업이익은 –606억원, 당기순이익은 –578억원 등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395억원, 당기순이익 –355억원에 비해 각각 34%와 38% 이상 적자폭이 증가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엇박자와 적자폭 상승에 대해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아 판촉영업비용이 많이 지출됐고, 미래 먹거리를 위해 매년 하나 이상의 파생모델을 개발하는 투자비용도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 ‘BMW 미니’ 벤치마킹할 것

수출 판매를 늘리기 위한 쌍용자동차의 전략은 해외시장에서 SUV 전문업체로 브랜드를 각인하는 것이 골자다.
 

(그래픽=이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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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관계자는 “BMW 미니의 경우 좋지 않은 승차감에도 ‘BMW 미니는 원래 이렇게 타는 거야’라는 팬덤이 형성될 정도로 명확한 브랜드 가치가 있다”며 “지금은 쌍용자동차가 내수와 수출을 합쳐 15만대 정도가 팔리지만 미니를 벤치마킹 해 해외에 SUV전문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심고 SUV만으로 수출량을 60만대 이상 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동안 쌍용자동차의 발목을 잡았던 노조문제에 대해선 “복직 대상 해고자들은 올해 모두 순차적으로 고용될 예정이고 쌍용자동차 직원들은 상하이자동차, 워크아웃, 상해기차, 법정관리 등 수많은 회사의 존폐기로를 겪으면서 쌍용자동차의 작업복과 명찰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며 “올해 적자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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