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보증금 반환능력 아직 양호하나 금융자산 고려할 때 보증금 반환 능력 약화"
-부채위험 높은 일부 다주택자 보증금 반환 어려움 겪을 수도

[뉴스포스트=홍성완 기자] 최근 전세가격 하락 움직임이 가속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능력은 아직 양호한 편이나, 보증금 반환 능력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세가격 등락률 (자료=한국감정원, 제공=한국은행)
전세가격 등락률 (자료=한국감정원, 제공=한국은행)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하락세…올해 들어 큰 폭 떨어져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에 따르면, 최근 지방에 이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주택 전세가격 하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전세가격은 2017년 4월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2.6%가 떨어졌고, 수도권은 2017년말 이후 하락세가 지난해 9~10월 중 일시 주춤했다가, 11월부터 다시 하락세로 전환하며 2.1%가 떨어졌다.

전세가격 하락(월평균 기준) 시‧도(광역지자체 17개) 수를 보면 2017년 중 5개, 2018년 중 11개, 2019년 1~2월중 13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반면에 광주와 전남, 대전, 세종 등 4개 지역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올해 들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전세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으며, 경남, 울산 등은 주력산업 침체에 따른 지역경기 부진이 가세하면서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세 공급 대비 수요 상황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도 지방은 2017년 1월(99.8), 2017년 12월(98.1) 이후 공급우위 기조로 전환됐다.

지난 달 기준 수도권의 전세수급지수는 83.3으로 지방(82.4)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으며, 통계확보가 가능한 2012년 7월 이후 지방 및 수도권 모두 전세수급지수가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이후 전세가격 하락폭이 컸던 10개 시‧도의 경우 2018~2019년 중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년(2015~2017년 중) 수준을 크게 상회하면서 전세수급지수 하락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개별주택(아파트 기준) 전세가격(보증금) 변화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활용해 시산한 결과, 올해 들어 전세가격이 하락한 아파트 비중이 전국적으로 절반을 상회했으며, 10% 이상 크게 하락한 비중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과 2월 거래된 아파트 중 전세가격이 2년 전보다 하락한 비중은 52.0%(전국 기준)에 달하며, 그 비중도 2016년 10.2%에서 2017년 20.7%, 지난해 39.2%로 상승세에 있다.

서울은 2017년 10.0%에서 지난해 16.7%로 비중이 늘었다가, 올해 28.1%로 그 비중이 수직상승했다. 지방은 2017년 35.8%에서 지난해 50.8%, 올해 60.3%로 지속적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세가격 하락률별 아파트 비중을 보면 올해 1월과 2월 현재 전세가격 하락 아파트(전국 기준 52.0%)의 절반 정도(25.3%)가 10% 미만의 하락률을 나타냈고, 10~20% 하락한 아파트 비중은 14.9%, 30% 이상 하락한 비중은 4.7%로, 최근 그 비중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보증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아파트에서 전세가격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올해 1월과 2월 중 전세가격이 10% 이상 하락(2년전 대비, 전국 기준)한 아파트 비중을 보면, 보증금 3억원 미만 아파트의 경우 상승폭과 그 수준이 고가전세에 비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 임대가구 재무건전성은 양호하지만…보증금 반환 능력은 약화

전세가격 하락으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부담이 커지고 있으나,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이 대체로 양호하다는 점에서 관련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임대가구의 소득 구성이 4~5분위 고소득 비중이 지난해 3월 기준 64.1%로 전체가구(40.0%)를 크게 상회하고 있고, 실물자산을 많이 보유(가구당 평균 8억원)하고 있어 임대가구의 총자산(금융+실물자산) 대비 총부채(보증금 포함) 비율이 26.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체 임대가구 중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가구 비중이 작년 3월 기준 0.6%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금융자산만을 고려했을 때, 임대가구의 보증금 반환 능력은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년 3월부터 작년 3월까지 임대가구의 보증금이 연평균 5.2% 상승했으나, 금융자산은 3.2% 증가에 그쳤다.

이는 차입 및 갭 투자를 통한 부동산 구입 등으로 임대가구의 금융부채(연평균 7.4%) 및 실물자산(6.1%)이 상대적으로 큰 폭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3월 기준 임대가구의 가구당 평균 금융부채(1억1000만원) 및 실물자산(8억원) 규모는 전체가구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가구 금융자산이 전체적으로 보증금을 상회하는 수준이나, 보증금/금융자산 비율은 2012년 3월 71.3%에서 2018년 3월 78.0%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금융부채 보유 임대가구의 경우 지난해 3월 기준 보증금이 금융자산의 91.6% 수준까지 높아졌다.

▲부채위험 높은 일부 다주택자,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

한국은행에 따르면, 향후 전세가격이 추가 조정되더라도 임대가구의 대부분이 보유 금융자산 처분 및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전세가격 하락에 대응이 가능하나, 부채레버리지가 높은 일부 다주택자 등의 경우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전세가격 10% 하락시 92.9%의 임대가구는 금융자산 처분만으로, 5.6%의 가구는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나, 1.5%(3만2000가구)의 가구는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어 “참고로 임대인의 전체 보증금에 대한 반환능력(예: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예외적 상황)을 동일한 방식으로 시험 계산해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85.2%의 임대가구가 금융자산 처분(59.1%) 및 금융기관 차입(26.1%)을 통해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전세가격 하락은 입주물량 확대 등의 공급측 요인 이외에 일부 지방의 경기 부진, 전세가격 상승누적에 따른 조정압력 등 다양한 요인이 가세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외환위기 및 금융위기의 경우처럼 전세가격 하락이 실물경제 충격으로 전세시장 전반에 나타나기보다는 지역별‧주택별로 상이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전세가격이 추가 조정되더라도 금융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의 위험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임대가구의 재무상황과 보증금 반환능력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데다, 전세자금대출도 우량차주 비중이 높아 대출 부실 가능성이 낮고 부실화되더라도 보증부로 취급되고 있어 금융기관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구별, 지역별, 주택유형별로 전세가격 조정폭이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어 전세가격이 큰 폭 하락한 지역이나 부채레버리지가 높은 임대주택 등을 중심으로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이 경우 전세‧매매시장 위축은 물론 금융기관의 대출건전성 저하, 보증기관의 신용리스크 증대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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